여성의 노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여성의 노년은 남성보다 훨씬길다. 인간의 평균 수명(80년 한국은 남62.7세, 여69.l세)이 계속 연장되는데다 여성의 수명은 남성보다 5년 이상이 길고 또 연상의 남성과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남편없이 혼자 살아가야할 기간도 평균 10∼14년에 이른다. 그 위에 부부중심의 핵가족화가 진행될수록 30, 40대부터 노년을 준비하는 것이 여성의 경우 더욱 절실하다.
이렇다 할 취미나 친구도, 경제능력도 없이 남편과 자식만을 생각하며 반생을 살아온 일반적인 가정주부들에게는 나이 들어 혼자가 되는것이 두렵다. 장성한 자녀들이 함께 살기를 거부하거나 함께 살아도 사용인 비슷한 취급을하여 비참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체로 노인들에겐 병고와 고독, 경제적 궁핍등 세가지를 이른바 3고라하여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한국 여성의 경우 심각하다는것이 노인문제연구가인 이윤숙 교수(동덕여대)의 얘기다.
정신적·심리적으로 『혼자』라는 것이 익숙지 앎은 노년의 한국여성들에겐 우선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70년대 후반 이효재교수(이대·사회학)는 일반적으로 갈등관계가 심한 시어머니와 며느리대신 친정어머니와 딸이 함께사는 방법을 얘기했다.
또 40대 후반으로 한국 여성계의 중견들인 주부클럽연맹회 김천주 사무처장, 주한 미국공보원 이연숙 고문등은 가까운 친구끼리 노년을 함께 보낼수 있는 공동의 거처를 마련하자는것에 합의, 10여년 가까이 건립기금을 모으고 있다.
깨끗한 시설, 가정 같은 분위기를 줄수 있는 유료양로원의 설립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젊은 여성들은 물론 노년에 이른 여성들도 『아들과의 동거』에만 집착할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윤숙교수는 얘기한다.
노년을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것이 경제적 궁핍. 자녀의 교육비·결혼비용등의 과중한 부담과 화폐가치의 급 변동은 젊은 시절 노년을 위한 저축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 자녀수가 적어졌다고는 하지만 교육연한이 크게 늘어났고 각종 요구도 많아졌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사회·국가적차원에서 국민들의 노후를 위한 사회보장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실에서는 지나치게 부모 의존적인 자녀를 일찍이 독립시키는 것이다.
노년의 고독으로부터 자신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는 누구나의 관심사. 특히 좁은 의식 세계에 갇혀 살아 사회성이 낮은 이른바 종래의 현모양처 노인들에게 문제가 된다. 나이 들어서도 자신이 몰두할수 있는 일이나 취미를 갖는 다는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것도 축복이다. 40대 넘어 시작한 일로 일가를 이룬 경우를 우리는 작가 박완서씨, 금속공예가 이선호씨에게서 볼수 있다.
『지금까지 직장 일로 내 자신을 돌불 기회가 없었습니다. 퇴직후에는 아직 젊으니까 일을 계속할 것이지만 여기에는 자신을 돌보고 교회 봉사활동에, 전기 쓰는 일에 몰두할것입니다.』 오는 8월말 만 65세로 성산국민학교를 정년퇴직하는 이경윤교장의 얘기는 많은것을 시사하고 있다. <박금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