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생년도 늦춰졌으면 정년도 연장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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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변경돼 늦춰졌다면 정년퇴직 시점도 연장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 김대웅)는 서울메트로 직원 이모(58)씨가 회사를 상대로 정년을 연장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1984년 역무원으로 입사한 이씨는 입사 당시 호적상 생년월일이 ‘1956. 11. 1’로 등재돼 있었고 이에 따라 인사기록 등에 똑같이 기재됐다. 하지만 이씨는 가족관계등록부 상 자신의 출생연도인 1956년이 잘못됐다며 2012년 법원에 정정신청을 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이씨의 생년월일은 ‘1957. 12. 1’로 정정됐다. 이에 따라 이씨의 주민번호 앞자리도 ‘56’에서 ‘57’로 바뀌었다.

이후 이씨는 회사에 인사기록상 주민등록번호와 정년퇴직 예정일을 변경된 생년월일에 맞춰 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이씨의 인사정보에서 주민등록번호는 변경해줬지만 “정년을 2017년까지 미뤄달라”는 이씨의 요구는 거절했다. 사측은 ‘정년 기준일은 임용시 제출한 직원의 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상의 생년월일로 한다’는 인사규정 내규를 들었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내 정년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정년 산정을 위한 생년월일은 실제 생년월일이 돼야 한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역시 이씨의 정년이 2017년까지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육체ㆍ정신 능력을 반영하는 실제 연령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정년제 성격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생년월일 정정으로 이씨가 누리는 정년연장 혜택이 길지 않다며 이씨의 권리행사가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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