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모르는 한국산 금송액, 중국서 문의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 거주중인 중국인 교사 아이(艾)씨. 그는 최근 "한국 금송액(金松液)이 몸에 그렇게 좋으냐?"라는 중국인 친구들의 문의를 받고 황당했다.

주위 한국인들에게 물어봐도 '금송액'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였기 때문이다. 아이 씨는 "한국인들 중에는 금송액을 아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지만 중국에선 "한국 금송액을 꼭 좀 구해달라"며 막무가내였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금송액'이 마치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의약품으로 둔갑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4일 중국 최대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타오바오(淘寶) 등에는 '한국 금송액(韓國金松液)'이라는 건강보조식품이 팔리고 있다. 한 상자에 128위안(약 2만원)이다. 판매원은 (주)한국한미생물의약(韓國韓美生物醫藥)이라고 적혀 있다. 중국서 선전하고 있는 한미약품의 자회사로 인식될 소지가 있지만 본지 취재 결과 한미약품과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 등 한국 대표 포털사이트에도 '금송액'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중국 사이트에는 금송액이 한국에서 즐겨 먹는 건강식품으로 표현되어 있다. '한국'이란 글자가 붙으면 깨끗하고 품질이 우수할 것으로 기대하는 중국인들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언론인 베이징 신보(晨報) 기사 중에는 "한국에서는 평소에 금송액을 먹는 사람은 의료비가 50%로 뚝 떨어진다" 라는 대목이 있다. "부작용이 전혀 없고 생명을 연장해준다", "한국의 자연요법이 처음으로 중국에 들어왔다" "당뇨병·고혈압· 뇌 혈관 환자도 (금송액을 복용하면) 약을 적게 먹어도 된다" 같은 '혹하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다. 중국 인터넷 상에는 '한국 금송액은 정말 스테미너 강화에 좋은가?' 와 같은 한국 금송액 문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정상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장 겸 의과학대학 건강기능식품학과 교수는 "식물 등 천연물 성분을 연구하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분야를 17년간 해왔지만 금송액이라는 제품은 접해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그는 "소나무, 특히 편백나무에 있는 피톤치드 성분이 항산화 효능이 있고 청량감을 주지만 금송액 광고가 전부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갱년기 증상을 고쳐준다고 알려진 하수오(백수오) 제품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건강기능식품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