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4.29재보선의 역동원(逆動員) 당신은 배신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여야 지도부는 물론 귀환을 꿈꾸는 거물급 정치인들도 명운을 걸고 뛰었던 4.29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현직 국무총리와 전 현직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름을 올린 성완종게이트가 정국을 흔들었지만 재보선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대형이슈가 정말 선거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일까.

선거이론은 많지만, 개념적 원리로 구분하면 크게 두 가지다. 후보매력과 정책이슈에 따라 지지후보를 그때그때 달리 선택하는 유권자가 선거승패를 결정한다는 교차투표이론. 지지하는 후보가 있지만 그 지지강도가 낮은 유권자의 투표여부가 선거승패를 결정한다는 동원이론이다.

이번 재보선은 교차투표이론보다 동원이론이 설득력을 갖는다. 다시 말해 이전투구로 번진 성완종게이트가 유권자의 지지후보 선택에는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여야의 지지강도가 약한 지지자와 무당층이 투표장에 가야 할 이유를 빼앗음으로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수도권의 서울관악을과 성남중원구가 특히 그랬다. 어떻게 이를 알 수 있을까. 해당지역의 역대선거결과를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선거결과는 여론이고 민심이다. 그 어떤 여론조사결과보다 흔들리지 않는 지표다.

역대선거결과에서 정당의 평균최저 득표로 핵심지지층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서울관악을의 각 정당 핵심지지층을 100%로 환산한 규모는 새누리당 44.1%, 새정치민주연합 37.1%이다.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43.9%를,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34.2%를 득표했다. 성남중원구도 마찬가지다. 핵심지지층은 새누리당 53.6%, 새정치민주연합 38.2%였다.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가 55.9%를, 새정치민주연합 정환석 후보가 35.6%를 득표했다. 이번 재보선이 각 정당의 핵심지지층만 투표한 선거였다는 확실한 증거다.

재보선결과를 놓고 진보논객들은 드디어 텃밭이 붕괴됐다, 진보정치가 몰락의 서막을 맞았다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 보수논객들 또한 국민들이 성완종게이트로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을 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무리하게 박 대통령을 연루시키려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식으로 곡학아세하고 있다.

알고 있는가. 유권자인 당신은 배신당했다. 여야는 서로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성완종게이트를 당리당략에 활용했고, 자신들의 소극지지자와 무당층이 투표장에 가지 못하도록 선거전략을 펼쳤다. 당신은 역동원 당한 것이다.

여야 모두 후진적인 선거행태를 보여줬다. 그런데 핵심지지층이 많은 새누리당은 유리해서 역동원 전략을 구사했다고 치자. 핵심지지층이 적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왜 그런 것일까. 심지어 자신의 핵심지지층 말고는 듣기 싫어하는 정권심판론까지 들고 나왔다. 습관일까.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