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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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변신』 은 원래 소세 제목이다. 한 젊은 샐러리맨이 어느날 새벽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자기가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신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유대계 작가 「포란츠·카프카」의 작품.
모래를 씹는듯 무미건조한 얘기지만 작가는 몰락한 중산층의 생활을 배경으로 소외 (소외) 당한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요즘 바로 그 「변신」 이라는 말이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 경우의 변신은 소설의 「변신」 과는 상황이 거꾸로 되어 있다.
기업들이 시대의 진운을 놓쳐 소외당하지 않으려면 적시에 변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 경제신문사의 산업연구소가 주요 백대기업을 대상으로 「기업변신」 을 조사한 결과는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하나는 기업의 「체질」 을 대담하게 바꾼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방향」 을 전환한 경우다.
체질변신은 「지식변신」, 「조직변신」, 「제품변신」 등의 모습을 갖는다. 방향변신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다양화변신」,「경박단소변신」,「교체변신」,「강화변신」등이 그 경우다.
앞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술혁신이 눈부신 전자산업과 소비지향형 서비스, 패션업종에서 특히 「변신」 이 많다.
가령 기술집약형 산업들은 근년에 사내의 두뇌집단을 자연과학계 중심으로 바꾸어 지식변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치열한 판매경쟁을 헤쳐나가야 하는 자동차희사는 생산과 판매를 일원화하는 조직변신을 단행했다.
시장의 세분화, 수요의 다양화에 맞춘 다양화변신, 기술혁신에 따른 경박단소의 변신, 이에 따른 제품변신, 주력제품을 수익지향으로 바꾸는 교체변신, 조직이나 제품의 증강상황을 지수화한 강화변신.
미쓰비시 (삼능) 중공업, 마쓰시따· (송하) 전기, 도요따, 신일본제철등이 그 변신의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하나같이 일본의 일유기업들이다.
결국 이런 시도와 결단들은 오늘을 자족하기보다는 내일에 도전하기 위한 노력이고 대비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유수 기업들도 요즘 그런 변신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메이커인 IBM도 미국 중심의 다국적기업 이미지를 벗고, 아시아· 태평양그룹의 본부를 뉴욕에서 동경으로 옮기는 엑서더스 (대이동) 의 변신을 하고 있다.
자, 눈을 돌려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떤가. 오늘의 망대에 서서 내일을 내다보는 기업이 몇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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