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타기 좋은 기온은? -1 ~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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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눈의 계절이다. 올 겨울은 유달리 눈이 많이 내려 비닐하우스 농가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 하지만 겨울 스포츠 매니어들에게는 풍부한 자연설이 좋기만 하다. 딱딱한 인공눈 대신 푹신한 자연설에서 스키를 즐기면 넘어져도 덜 아프고, 타는 맛도 그만이다. 눈 속에 숨어 있는 과학적 상식들을 짚어본다.

◆'추워야 스키 타기 좋다'는 생각은 오해=추우면 눈이 얼어 더 잘 미끄러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스키 타기 가장 좋은 온도는 영하 1~영상 5도다. 스키나 스노 보드가 눈 위를 스칠 때 생기는 마찰 때문이다. 기온이 0도 부근일 때 마찰계수가 가장 적어 잘 미끄러진다. 기온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마찰계수가 더 커져 스키나 스노보드의 미끄러지는 속도가 느리다. 기온이 지나치게 내려가면 눈 표면에 얇은 물의 장막이 덜 만들어지고, 지나치게 기온이 올라가면 질척거리기 때문이다. 온도가 0도일 때 마찰계수는 0.04이지만 영하 3도일 때는 0.09, 영하 10도일 때는 0.18로 더 커진다.

◆눈송이엔 내 일부가 있다?=눈송이는 미세한 먼지가 구름 속을 떠돌며 놀랍게 빠른 속도로 만들어진다. 1초에 무려 1000조 개의 결정이 생긴다. 모든 눈송이에는 우리의 일부가 들어 있다. 눈이 호흡을 통해 내뿜는 수증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호흡을 통해 일인당 내뿜는 수증기의 양은 하루 1ℓ 정도. 눈송이 한 개에 들어 있는 약 100경(10억×10억) 개의 물 분자 중 대략 1000개는 사람이 뿜어낸 수증기다.

◆눈송이 모양이 육각형인 이유=지구상에 내리는 눈 중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놀랄 만한 균형미와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 눈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초기 과학자들은 그래서 눈송이들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모양은 각각 다르지만 눈은 육각형이 많다. 물이 얼어 생기는 게 눈인데 물 분자가 기본적으로 육각형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 육각형의 끝 부분들이 가지를 뻗으면서 구름 속에서 커져 눈이 된다.

◆대설주의보와 경보의 차이점=대설주의보는 24시간 안에 5㎝, 대설경보는 24시간 안에 20㎝의 눈이 쌓일 때 기상청이 발령한다. 기상청 전준모 통보관은 "눈이 쌓이는 환경은 습도나 온도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눈이 내리는 양이 아니라 습도나 온도를 따져 쌓이는 눈의 양을 가늠해 특보를 발령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5㎝는 쌓인 눈이 얼어 발생할 교통 재난의 우려 때문에 만든 기준이지만, 20㎝는 눈의 무게 때문에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들이 무너질 수 있어 만든 기준이다. 가로.세로 각각 50㎝의 적설판에 쌓이는 눈이 특보 발령의 기준이 된다.

◆진눈깨비와 얼음비, 눈은 왜 내리나=겨울철에는 비가 지표면에 닿자마자 얼어붙은 '얼음비'가 비와 눈, 진눈깨비와 함께 내리거나 순차적으로 내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대기 중에 따뜻한 공기층과 찬 공기층이 동시에 있을 때 일어난다. 따뜻한 공기층과 찬 공기층이 만나면 따뜻한 공기층이 찬 공기 위쪽으로 비스듬히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땅 근처의 찬 공기층과 보다 높은 층의 찬 공기층에 따뜻한 공기층이 쐐기 모양으로 끼는 '샌드위치' 현상이 일어난다. 땅 근처에 있는 찬 공기층이 얇으면 눈이 녹았다가 지상에 닿자마자 다시 얼어붙는 얼음비가 내린다. 만약 찬 공기층이 따뜻한 공기층보다 두껍다면 내리던 눈이 공중에서 얼음 조각으로 다시 얼어붙는 '진눈깨비'가 내린다. 아예 따뜻한 공기층이 없을 때는 눈이 그대로 땅까지 눈의 형태로 떨어진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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