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레저] 중앙박물관 튼튼한 다리 있으면 행복한 하루

우리나라 국민 100만 명이 다녀 간 서울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을 아직 안 가보셨다고요? 늦지 않았습니다. 매서운 추위에 갈 곳도 마땅찮은 지금이 알맞은 때입니다. 곧 방학에 들어갈 아이에게도 말할 나위 없이 맞춤한 학습장이고요. 연말까지 공짜 입장에다 손님도 웬만큼 빠졌으니 온 가족 나들이 장소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듯합니다. 전시장·공연장·도서관·산책로…그저 걸어 한 바퀴 돌아도 11시간 걸리는 1만1000여 점 문화 유산을 한 번에 다 보실 생각은 마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을 새롭게 발견하는 법, 여기 있습니다.

정재숙 기자

단 44일 만에 100만 명 관람객 돌파의 금자탑을 세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 개관은 2005년 광복 60년 맞이 대한민국 문화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세계에서 여섯째 안에 드는 시설과 내용을 자랑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즐기는 준비물은 간단하다. 튼튼한 다리 힘과 강력한 눈썰미. 언제 가도 관람객을 반기는 한국 문화유산 중의 문화유산이 모여있는 곳으로 놀러가자.

루브르도 탐낸 안내 시스템

필기도구와 사진기가 필요없는 박물관.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개발한 모바일 전시안내 시스템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탐냈을 정도로 최첨단 정보 도우미다. 영상안내기(PDA)와 음성안내기(MP3)를 활용하면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작품만 골라 볼 수 있다. 또 학예연구원이 따라다니며 설명해주는 듯한 효과도 누린다. 전시 유물 앞에 서면 이미지와 설명이 단말기에 뜨면서 설명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명품 50선' '수학여행 베스트 50선'(1시간 20분), '명품 100선' '수학여행 베스트 100선'(2시간 20분), '한국사 500년', '우리 미술 바로 알기'(2시간) 등 골라 즐기는 법이 다양하다.

'북마크 서비스'에 등록하면 더 알고 싶고 보기 원하는 작품을 현장에서 입력한 뒤 집에서 인터넷으로 받아볼 수 있다.

미리 예약은 필수. 영상안내기는 3000원, 음성안내기는 1000원이다. 02-2077-9000(www.museum.go.kr).

평일 오후에 가면 여유

관람객 100만 명 돌파를 계기로 알아본 국립중앙박물관의 몇 가지 통계 수치를 알고 가면 전시품 보기가 더 수월해진다. 우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를 피할 것. 이 시간대에는 학생 단체관람객이 몰린다. 가능하면 오후 2시부터 5시에 가는 것이 좋다. 요일로 치면 화요일부터 목요일이. 주 5일제가 정착하면서 금요일부터 일요일, 특히 주말 관람객이 많다. 유유자적한 관람을 원한다면 주중 오후가 제격이다.

계획 세워 나눠서 보라

이건무 관장이 강조하는 박물관 즐기는 비법은 '여러 번 자주 오시라는 것'. 딱 한 번으로 다 보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발병 난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오늘은 고고관 고구려실, 다음에는 미술관 회화실, 한 달 뒤에는 미술 1관 불교회화실, 1년 지나서는 역사관 고인쇄실 식으로 꼼꼼하고 깊이 있게 보는 관람법이 바람직하다.

특히 공연장, 도서관, 공원을 갖춘 박물관인 만큼 전시장에만 매달리지 말고 여러 가지 시설을 두루 즐기면서 관람 피로를 적절히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진은 허용된 곳에서만

새 박물관 전시실 벽에는 종이가 나부낀다. '전시실에서는 전시품을 만지거나 플래시.삼각대를 이용한 촬영을 금지합니다.' '쾌적한 전시환경 소정을 위하여 전시장 내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박물관이 개관했다면 그에 걸맞게 관람객 수준도 올라가야 한다. 크게 지켜야 할 관람객 예절은 다섯 가지.

첫째, 사진 촬영은 허용된 곳에서만 한다. 둘째 전시물 보호막에 기대거나 올라가면 안 된다. 셋째, 유물 보호를 위해 설치한 유리 상자에 손을 대거나 너무 가까이 다가가 입김을 남기는 일은 피해야 한다. 넷째, 전시장 안에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가거나 먹는 일은 안 된다. 다섯째, 전시물 내용을 베끼거나 관찰하기 위해 오랜 시간 옆에 붙어 있거나 다른 관람객의 시선을 방해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