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개입 정황도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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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검찰이 YS정부 실세들의 소환 조사를 통해 김현철씨의 국정 개입 정황을 포착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조사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미림팀 테이프.녹취록 등 554건의 도청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확한 숫자는 공개할 수 없지만 상당 분량이 김현철씨 관련 자료"라며 "미림팀이 김현철씨를 포함한 정권 핵심부 동향을 살피려고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5일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도청대상자 중 여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수석비서관, 경찰청장 등 당시 정권 실세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현철씨에게 미림팀 보고서를 전달한 김기섭 당시 안기부 운영차장도 미림팀의 도청대상자였던 점도 새롭게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김현철씨가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 개인사무실을 두고 안기부 등의 정보를 수시로 보고받았고, 이런 정보를 이용해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거나 정책.인사 결정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냈다"며 "공소시효가 남았다면 기소할 수 있을 만큼 조사했지만 불법도청이라는 수사 본류에서 벗어나 발표에서도 제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15일 발표 당시 "서모 전 의원으로부터 '1996년 12월 이회창 총재 지지모임을 가진 직후 참석자들이 김현철씨로부터 나무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는 등 김현철씨의 국정 관여 사실을 일부 공개했다.

특히 오정소 전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은 김현철씨에게 구두로 미림팀 도청 정보를 보고한 동시에 미림팀에 김씨를 도청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미림팀을 주도한 오 전 차장이 미림팀장 공운영씨에게 도청자료를 자신에게만 보고하게 한 뒤 이 중 일부만 김 전 운영차장을 통해 김현철씨에게 보고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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