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세터 김호철 합류 활기 남자배구,「LA고지」향해 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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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배구경기에서 세터가 차지하는 몫은 흡사 야구경기의 투수만큼이나 크다.
리시브된 볼을 건져올려 공격수에게 전달, 득점에 연결시키는 일련의 과정이 세터의 토스워크에 달려있기때문이다.
이때문에 9m네트를 사이에 두고 세터는 상대팀의움직임을 파악, 상대수비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유도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러기위해서는 더더욱 바지런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남자배구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10월·일본)및 지난1월의 올림픽 최종예선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자초,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세계적인 거포 강만수(강만수) 강두태(강두태)장윤창(장광창)등 막강한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운을 불러들이지 못한것은 체력의 열세탓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공격파워를 한데 모으지 못한 결집력의 결여, 곧 세터력에서 달렸던것이 패인이었다.
남자배구대표팀에 「컴퓨터셰터」로 불리는 김호철(김호철·28)을 다시 불러들인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자로잰듯한 토스워크와 타임을 맞추는 뛰어난 볼감각, 그리고 게임의 흐름을 읽는 노련미등 세터로서의 김은 이미 개안 (개안) 의경지에 이르렀다는게 배구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지난78년 세계선수권대회(이탈리아) 에서 한국남자배구를 세계4강으로 끌어올린 주역이기도한 김은 지난81년 이탈리아에 진출, 산탈발마클컵팀 주전세터로활약하면서 기량이 더욱 향상, 명실공히 세계굴지의 세터로 자리를 굳혔다.
김의 복귀로 남자배구대표팀은 순풍에 돛단격.
더우기 지난78년의 찬란한 멤버로 포진, LA고지를 향한 쾌속진군을 다짐하고있다.
조배호(조배호) 남자대표팀감독은 『김호철의 복귀로 녹슬었던 팀플레이가 되살아나 큰힘이 되고있다』고 털어놓는다.
『배구는 결코 혼자하는 경기가 아니지요.제가 아무리 잘올려줘도 공격진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되고, 한시라도 팀워크가 흐트러지면 곤란하기 때문이죠.』
평소 쾌활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훈련에 임해서는 그렇게 혹독할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동료·후배들 사이에선 「꺼꾸리」 (경삼도방언 지렁이의뜻)로 통한다.
그만큼 성깔이 있는편이다.
경남밀양중1년때 배구와인연을 맺고 대신중→한양대→금성을 거쳐 지난81년 이탈리아에 진출, 산탈발마클럽팀에서 확약중.
지난75년 대표선수로 처음태극 마크를 달았으나 당시주전세터인 김충한(김충한·현 카타르코치)의 그늘에 가려 76년 몬트리을 올림픽엔출전하지 못했고, 따라서 올림픽출전은 이번 LA올림픽이처음.
그래선지 더없이 가슴이 설렌다는 김의얘기다.
『이제 제 배구인생의 명예를 걸고 고국에 대한마지막 봉사에 혼신을 다할각오입니다.』
이 야무진 결의가 LA서 어떤 결실을 거둘지 기대가 크다.<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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