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충돌 때 안전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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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내차는 얼마나 안전할까, 어느 정도의 충격에 견딜 수 있을까.” 자동차의 안전성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차의 안전성을 직접 시험해 볼 수는 없으니 소비자들은 자동차 연구기관들의 테스트 결과를 참조한다.

안전한 차는 앞에서 충돌했을 때 앞 부분이 최대한 구겨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고 엔진의 기계 뭉치들이 운전석 쪽으로 밀려들어 오지 않는다. 이런 차를 만들려면 오랜 기간의 안전성 연구와 충돌대비 설계가 필요하다.

최근 자동차 안전성에 관한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안전도 조사’와 영국 자동차 연구기관인 태참(Thatcham)의 ‘경추 보호 테스트’다. 두 조사 모두 보험업계와 관련한 게 특징이다.

IIHS의 조사는 미국의 정부기관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사 못지 않은 공신력이 있다. 전방.측면.후방 충돌시험을 통해 각각 점수를 매겨 종합 점수를 낸다. 전방 충돌시험은 시속 64㎞로 달려 부딪친 이후의 상태 등으로 평가한다. 측면 충돌시험은 시속 50㎞로 움직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앞 부분 형태의 장애물과 충돌한 뒤 측정한다. 후방 충돌은 차가 추돌했을 때 운전자의 목 등이 얼마나 보호되는지를 본다.

소형차에선 혼다 '시빅'이, 중형차는 쓰바루 '레거시'가, 중형 럭셔리카는 사브 '9-3'가 부문별 '최고의 선택'을 받았다. 대형 패밀리카에선 포드 '파이브헌드레드', 대형 럭셔리카는 아우디 'A6'가 최고점을 받았다.

국산차의 경우 전방 충돌시험에선 우수한 점수를 받았지만 측면과 후방에선 그렇지 못했다. 가장 점수가 좋은 현대자동차 '싼타페'는 전방과 후방에선 '우수'(good)를, 측면에선 '적정'(acceptable)을 받았다. '쏘나타'와 '엘란트라'(아반떼 XD의 수출명)는 측면과 후방에서 각각 '불량'(poor) 판정을 받았다. 태참은 세계 보험업계 경추보호그룹의 의뢰를 받아 테스트했다. 모두 182종의 신차를 대상으로 했으며, 후방에서 충돌했을 때 운전자의 경추(목등뼈)가 얼마나 보호되는지, 어느 정도 충격을 받는지를 살펴본다. 사브와 볼보 등 스웨덴 브랜드는 조사 대상 모델이 모두 우수 판정을 받았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스웨덴은 날씨가 춥고 날이 어두워 자동차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의식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일찍부터 차량 안전도를 높이는 데 투자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 '쏘나타'는 태참 조사에선 국산 차량 중 유일하게 '우수' 등급을 받았다. 두 조사 결과가 전혀 상반된 경우가 있었다.

혼다의 SUV인 'CR-V'는 IIHS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태참 조사에선 '불량'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측정 기준은 물론 조사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사브 '9-3', 혼다 '시빅', 쓰바루 '포레스터' 등은 두 조사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해 IIHS에서 기아자동차가 '스펙트라'(쎄라토의 수출명)의 정면 충돌 테스트에서 '불량'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재시험을 요구해 '적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대 '엘란트라'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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