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와 기부·접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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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경영분석의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기업환경은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많고 기업활동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여러 요인들이 잠재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기업경영 분석에서 나타난 손익내용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연구개발비 지출에 비해 훨씬 많은 부대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점이다.
계수 상으로 볼 때 매출액에 대비한 판매비와 일반 관리비의 비중이 9·2%에 이르러 그 전해에 비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특히 기부금·접대비 등의 항목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접대비는 내수기업의 경우 매출액의 0·3%, 수출기업은 0·2%로 같은 기간의 연구개발비 각 0·1%의 3배를 넘게 지출했다. 기부금이 대부분인 기타 항목은 매출액 비율이 무려 2·7%에 달해 금액으로는 연구개발비의 27배에 달하고 있다.
기업의 부대비용이 판매비에서 이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취약한 재무구조로 인한 이자부담 등의 영업외 비용증가와 더불어 기업경영의 큰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매출액의 3%가 넘는 기부·접대비 지출은 그 자체로서도 기업수익성에 직접 연관되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이같은 영업외 부대비용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연구개발 투자를 저해하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는 점이다.
내수나 수출기업을 막론하고 우리경제의 최대 당면과제가 생산성 장벽의 극복이고 그 핵심이 되는 전략수단이 다름 아닌 기술개발이고 보면 매출액의 0·1%에 불과한 연구개발비는 너무나 낮은 수준이다. 물론 연구투자의 상당부분은 투자비 항목으로 달리 추계될 수도 있고 기업에 따라서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의해 과감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기술수준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부문의 획기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이 부문에 집중되고 있으나 나타난 현실은 이처럼 미미하며 적어도 계수상으로는 82년과 전혀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계획으로는 올해 기술개발 투자를 GNP의 1·4%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나 적어도 지난 연말까지의 실적으로만 본다면 이같은 의욕은 정부쪽의 의욕으로 끝날 우려조차 없지 않다.
앞서있는 선진공업국들, 예컨대 일본의 2·4%, 미국의 2·6%, 서독의 2·6% 수준까지는 못되더라도 적어도 5차 5개년계획대로 GNP의 1·5%까지 연구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매출의 5∼10%까지 기술개발비를 늘려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 최저수준까지의 도달에는 지금 수준의 수십 배가 넘는 투자가 필요하다.
실제로 첨단산업의 일부 기업들은 매출액의 30%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특수경우를 제외한다해도 현재의 연구개발비는 대폭 늘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불필요한 기업의 부대비용을 줄이는 여러 개선책들이 실천돼야할 것이다.
21세기 첨단과학기술 정보시대의 전야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언제까지 연구·개발보다는 접대와 기부에 얽매여 있어야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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