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국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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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혼남녀에게 『국수 언제 먹게되느냐』는 인사는 결혼을 언제 하느냐는 물음으로 통한다. 바로 이 인사가 우리나라에서의 국수역사를 이야기해준다.
국수는 기록상 고려때 사대부집 제례에나 등장했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의 국수 재료로는 메밀가루나 콩가루·녹두가루가 쓰였을것이라고 이성우교수(한양대)는 말한다.
고려때에는 밀이 적었기 때문에 밀가루 값이 비싸 성례때나 밀가루국수를 먹을 수 있었는데, 이는 조선조때에도 마찬가지여서 국수는 잔치음식의 대명사가 된것이다.
1600연대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도 절면이 소개되고 있다. 이 역시 주재료는 메밀가루. 메밀가루로 벤 국수를 꿩 삶은 물에 말아서 쓴다고 했는데, 요즘의 막국수와 같은 것이다.
밀가루국수보다 역사가 오랜 막국수는 현재 강원도 춘천을 비롯, 강릉·양양등지에 맛을 자랑하는 식당이 많다.
양양의 연화식당(양양군 서면 수상리·주인 주옥례)에서는 아직도 겨울철이 되면 꿩을 삶아 그 국물에 국수를 말아내는데, 부근 양양광업소 직원뿐아니라 겨울철엔 관광버스까지 찾아들고 있다고.
요즘 대중적으로 즐겨 먹는 밀가루가 주재료인 국수도 그 조리법은 다양하다.
칼국수의 일종이면서도 국수를 삶아 냉수에 한번 담갔다가 건져 조리하는 안동의 건진국수는 특이한 조리법으로 손꼽힌다. 삶은 국수를 일단 냉수에 담가 건져내는것은 국수의 쫄깃쫄깃한 끈기를 위해서인데, 소면이 아닌 칼국수는 그냥 장국에 넣어 끓이는것이 상식이다.
여름철에 즐겨 먹는 콩국수·비빔국수등은 국수발 제조법이나 굵기에 관계없이 삶아서 일단냉수에 넣었다가 건져서 쓴다.
장국수든 비빔국수든 국수 이외의 조미료나 식품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감포뿐아니라 경주에 들르는 관광객까지 즐겨 찾는다는 할매횟집(경북 월성군 감포해변) 의 회국수맛은 간장 대신에 쓰는 멸치젓 국물과 김에서 숙성시키는 식초맛에서 그 진미가 우러난다. 회는 물론 회국수에도 쓰이는 이 두가지 기초적인 식품은 혀위로 자연스럽게 맛이 붙어 퍼지게 하는 힘을 지닌다.
김복주씨(64·할매횟집주인)는 식초가 모든 맛의 근원이라고 할 정도로 식초맛에 신경을 쓴다. 특히 여름철 음식에 식초를 쓰면 맛뿐만아니라 소화와 건강에도 좋다는 나름대로의 지론도 가지고 있다. 김씨가 만드는 식초에는 적어도 10가지 이상의 식품이 들어간다.
주둥이가 좁은 항아리에 막걸리와 감주를 반반씩 넣고 전체 6분의1 정도의 누룩, 그리고 생강·사과·귤·청살구·포도·청주·소주등을 적당히 배합해 넣는다. 숙성시키는 계절에 따라 과일의 종류를 많이 택할수록 풍미가 있다.
숙성기간은 보름정도. 너무 찬곳이나 더운곳을 피해 숙성시키도록 한다. 보름후에 국물만 곱게 따라 보관해 두고 쓴다. 일반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어쓸수 있는것이다.
멸치젓 국물도 폭 삭힌 젓국물을 한지에 밭여 맑은 국물을 내어 몇년이고 보관해 두는데, 이 국물맛이 간장맛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김씨의 자랑.
소면을 삶아 찬물에 담가 건져낸 국수에 감포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도다리회를 얹고 오이·상치·풋고추 등 생채로 그위를 장식한다. 국수를 비빌때 쓰는 고추장에는 꼭 집에서 숙성한 식초를 넣는데, 여러가지 과일 향기로 풍미를 더한 식초의 맛이 국수의 맛을 싱그럽게 해준다. 멸치젓 국물로 간한것 역시 나른한 입맛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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