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 2-3일 내 DNA 지문분석 의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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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재검증 중인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일 황 교수팀 연구진을 출석시킨 가운데 줄기세포와 관련된 각종 실험기록과 관련 컴퓨터 파일을 분석하고 강성근 교수 및 연구원들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사실 확인 작업을 계속했다.

조사위는 그동안 조사를 통해 보관중인 줄기세포의 목록을 확인하고 2004년 9월 17일 이후 2005년 11월 8일까지 사용된 난자에 대한 사용기록을 확보했다. 또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데이터를 얻는데 사용되었다는 테라토마 조직도 확보했다. 이 조직은 비교적 충분한 양으로 판단돼 DNA 지문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황 교수가 시료 제출에 적극 협조하고 있어 냉동보관된 줄기세포와 테라토마 조직의 DNA 지문분석을 2~3일 안에 의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또 "해동돼 배양 중인 줄기세포가 충분히 늘어나면 금주 중 분석을 의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자연대 한 교수는 "DNA 검사는 외부기관에 의뢰할 것으로 보이며 분석에 들어가면 이르면 반나절이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세포 공여자의 DNA와 해동된 배아줄기세포, 사이언스 논문에 게재된 줄기세포 DNA 지문, 줄기세포에서 얻어낸 테라토마 등을 비교분석할 경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이런 검증결과를 토대로 22일 오전 11시 서울대 본부에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조사위는 앞서 전날 자정까지 줄기세포에 관한 각종 실험기록과 컴퓨터 파일을 분석하고 강성근 교수 등 연구진과 심층 면담을 통해 사실 확인 작업을 계속했다.

이날 새벽 1시까지 조사를 받았던 황 교수는 평소보다 조금 늦은 오전 11시께 수의대 연구실에 도착해 이병천, 강성근 교수 등과 함께 조사에 응했다.

한편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이 조만간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황 교수의 2005년 사인언스 논문 공동저자 중 한명인 한양대 의대 윤현수 교수도 이날 오후 입국할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운찬 총장은 이날 오후 1시10분부터 30여분간 서울대 수의대를 방문해 조사위원들을 격려했다.

용어설명 : 테라토마는 기형 암이란 뜻이다. 줄기세포가 진짜인지 검증할 때 테라토마 실험을 한다. 줄기세포는 각종 장기로 커갈 수 있는 만능 세포다. 면역력이 없는 쥐에 진짜 줄기세포를 주사하면 보통 테라토마가 생긴다.

박성우 기자

논문 재검증 조사 가속도… 모레 중간 결과 발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재검증을 위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사흘째 조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대 조사위는 황 교수를 강도 높게 조사한데 이어 20일 황 교수팀 연구원 등을 불러 논문 진위 등에 대한 확인 작업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 관계자는 "오랜 시간 동안 면담조사를 통해 줄기세포 팀에 있던 연구진이 맡은 역할을 대부분 파악했다"며 "이제부터는 자료 분석을 하면서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연구원들에게 해명을 듣는 과정을 밟게 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당초 예비조사를 거쳐 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황 교수가 이미 '인위적인 실수'라며 일부 논문 조작을 시인함에 따라 조사에 속도를 내 22일 오전 11시 브리핑을 열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위는 이번 주말이면 조작 논란이 일고있는 논문 사진이나 DNA 지문 자료 등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보충자료와 관련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황 교수팀이 해동.배양 과정에 있다고 말한 5개 줄기세포의 DNA 지문검사는 예정대로라면 다음주 초쯤 분석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이번 논란의 조사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그러나 5개 줄기세포와 미즈메디병원에서 검사 준비를 하고 있는 2개 줄기세포에 대한 검사 뒤에도 진위와 관련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논문 실험을 재연할 예정이다.

한편 조사위는 논문의 진위 검증과 함께 조사를 통해 황교수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의 진상을 가리기로 했다.

조사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검증은 단순히 황 교수 개인의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이 아니며, 서울대에 논문 검증 능력이 있는지를 세계 과학계에 보여주는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과학계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하는 사실상 첫 조사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과학계가 조사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조사위는 일단 황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조사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최근 의혹이 불거진 2004년 사이언스 논문과 스너피, 영롱이 등 황교수의 과거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검증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모든 관심이 서울대에 쏠려 있는 만큼 의혹이 나온 마당에 덮고 가는 것보다는 다 밝히고 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황 교수의 2005년 사인언스 논문 공동저자 중 한명인 한양대 의대 윤현수 교수도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내일신문은 "김선종 연구원이 내년 1월 20일 귀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며 "서울대 조사 등에서 필요하다면 더 일찍 들어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신변위협 문제가 있어 웬만하면 미국에 있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김 연구원 등이 귀국하게 되면 서울대와 피츠버그대 간 공조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전날 "세계 학계가 서울대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만큼 조사위가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는 의견을 정운찬 총장에게 전달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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