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4년만에 제자리로|해직교수 복직허용소식 전해지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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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년만에 날아든 낭보였다.
80년5월 학원사태를 전후해 대학강단을 떠났던 86명의 해직교수들이 다시 캠퍼스로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 14일 상오 해직교수들이 몸담았던 대학당국과 동료교수·제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해직교수들이 많은 서울시내 일부대학에서는 해직교수들을 맞을 채비를 서둘렀으며 도서관에서 1학기말 시험을 준비하던 학생들도 잠시 책을 덮고 스승과의 다시 만남에 큰 기대를 걸었다.
정부관계자들로부터 복직허용통보를 받은 해직교수들은 다른 해직동료교수들과 서로축하전화를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이미 다른 대학에 복직한 해직교수들도 상당수원소속 대학으로의 복직을 희망하며 기대에 부푼 모습들이었다.

<해직교수>
김찬국교수(전 연세대신학과·서울 연희동 344의29)는 이른 새벽 같은 학교 해직교수인 김동길·성내운 교수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다면서 알찬 강의준비로 기다림에 지친 응어리를 풀겠다고 했다.
김동길교수는 김찬국교수와 통화를 한 뒤 제주도 여행을 떠났으며 김찬국교수도 교인들과 기도회를 갖기 위해 경기도에 있는 모 수양관으로 떠났다.
집근처의 테니스 코트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전 서울대 철학과 이명현교수(서울 잠실고층아파트)는 운동을 나가기 전인 상오10시쯤 집에서 정부관계자로부터『오늘 좋은 발표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모처럼 가장 신나는 테니스를 즐길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대학가 표정>
점심 시간직전 낭보를 전해들은 서울대 교수들은 삼삼오오 식당에 모여 정부조치에 환영을 표하면서 해직교수들에 관한 얘기로 화제의 꽃을 피웠으며 앞으로 대학가가 더욱 활기에 넘칠 것으로 기대했다.
또 4명의 해직교수가 있었던 성균관대에서는 이들의 복직소식이 알려지자 교무위원회에 참여하고있던 교수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김형국교무처장은『동료 교수모두가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 실현돼서 너무나 반갑다』면서 『예비로 짜놓았던 2학기 강의계획서를 바로 고쳐 네교수의 수업시간을 배정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 신문학과 김서중군(25)은『유능한 교수들의 강의를 다시 둘을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며『원소속대학 복직조치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이루어진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군은 또『이러한 민주적인 조치가 해직기자·노동자 등 사회전반에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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