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정의 High-End Europe]</br>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트레일 ②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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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위스키 양조장 투어를 해보자. 첫 번째로 방문할 곳은 역시 글렌피딕(Glenfiddich)이다. 글렌피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싱글몰트 위스키이다. 더프 타운에서 멀지 않은 이 아름다운 양조장은 잘 꾸며진 넓은 정원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숙련된 전문 가이드 투어도 진행하고 있어 위스키 마니아가 아니어도 한번쯤 들르고 싶은 곳이다. 양조장 내의 레스토랑도 휼륭하다.

글렌피딕은 부드러운 블렌디드 위스키가 대세였던 위스키 시장에서 과감하게 싱글 몰트 자체 판매를 시작하고 3각 기둥 모양의 독특한 병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만든 곳이다. 싱글 몰트 특유의 진한 향과 맛이 비교적 덜하고 부드러워, 싱글 몰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위스키이다.

다음은 글렌리벳(Glenlivet)이다. 무시무시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어렵게 밀주를 만들던 스코틀랜드의 양조장들 중, 가장 먼저 합법적 라이센스를 취득한 곳으로 유명하다. 1822년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합병에 대해 논의하러 에딘버러에 들렀던 조지 4세 국왕이, 연회에서 글렌리벳을 맛본 후 밀주라는 점도 잊고 바로 왕실 공식주로 지정하면서 라이센스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역시 수준 있는 전문 가이드 투어가 진행된다.

또 병 라벨에 이름을 적어 넣은 자신 만의 위스키를 직접 오크통에서 병 입하여 구입할 수도 있다. 술의 재료가 되는 스페이 강 물을 생수로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물 맛을 보면 위스키에 왜 물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싱글 몰트는 야성적인 남성적 느낌을 주는 술로 알려져 있지만 글렌리벳은 여성적인 화사함으로 기대감을 높여주는 위스키이다.

맥켈란(Macallan)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적극적인 프로모션으로 한국의 위스키 바나 레스토랑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위스키라 친숙하다. 성숙하고 우아한 맛으로 싱글몰트 위스키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린다. 이곳 역시 증류소는 아름답게 정비되어 있어 여유 있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스코틀랜드의 정취를 한껏 감상할 수 있다. 병 라벨에 있는 저택을 실제 모습 그대로 만나보는 것도 즐겁다. 위스키 생산에 중요한 오크통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시관이 유명하다.

스페이사이드(Speyside)에는 이들 외에도 발베니(Balvenie), 카듀(Cardhu), 글렌그랜트(Glengrant)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수많은 양조장들이 있다. 스페이사이드를 둘러보고 좀 더 위스키의 심화 과정으로 입문하고 싶다면 다음에는 하일랜드 파크(Highland Park), 글렌모란지(Glenmorangie) 등이 생산되는 북쪽의 하일랜드(Highland) 혹은 아드벡(Ardbeg), 보모어(Bowmore), 라프로익(Laphroaig)의 아이라(Islay) 섬을 방문한다.

인구 3,000명의 아이라 섬은 모든 주민들이 위스키 산업에 종사한다. 아이라 특유의 토탄이 누구나 금방 알아챌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개성 있는 위스키를 만들게 한다. 섬이 가지고 있는 거친 바다의 향까지 더해졌다. 그 개성 때문에 이곳의 위스키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이라는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성지라고도 불릴 만한 꿈의 섬이다.

스코틀랜드에는 갔지만 이렇게 위스키를 만끽하는 일정을 잡을 여유는 없다면, 에딘버러 시내의 스카치 위스키 익스피리언스(Scotch Whisky Experience)를 방문하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이곳에는 위스키의 증류, 숙성 과정은 물론 300여 년에 걸친 역사, 지역별 특징, 블렌딩 기술 등이 한 눈에 들어오게 잘 정리되어있고 약 270종에 이르는 스코틀랜드 각지의 위스키도 준비되어있다.

그리고 덧붙여 앵거스 비프(Angus beef)를 빼놓을 수 없다. 영국은 물론 미국, 호주에서도 사육되고 있는 고급 소고기의 대명사인데 그 고향이 스코틀랜드 앵거스 주이다. 이 앵거스 비프로 만든 로스트 비프(roast beef)와 요크셔 푸딩(yorkshire pudding)에 스카치 위스키를 더해 최고의 스코틀랜드 식탁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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