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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대통령 담화' 격돌 … 투표율·호남 민심이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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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29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지 분류기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4·29 재·보선을 하루 앞둔 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똑같이 수도권 선거구 세 곳(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성남 중원)을 돌며 마지막 안간힘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강화 농협 앞 출근길 유세에 이어 오후엔 서울 관악을 지역을 찾았다. 김 대표는 난곡사거리 유세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두 차례 특별사면,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의 가석방과 복권이 이뤄졌다”며 “문재인 대표는 여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거론하면서 “한명숙 의원이 중요한 일을 하는 새정치연합이 깨끗한 정당인가. 이번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며 ‘역심판론’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저녁엔 성남 중원에서 밤 10시까지 거리를 누볐다. 새누리당은 막판 유세에 나경원·김을동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지명도 높은 인사들을 투입했다.

 문 대표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도 유세 차량에 타지 않고 도보로 이동하는 ‘뚜벅이 유세’를 했다. 문 대표는 인천 서구 검단사회복지관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민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을 치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곳도 ‘이길 수 있다’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끝까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성남 상·하대원동 아파트 상가 유세에선 파란색 당 점퍼를 벗고 셔츠를 걷어붙였다. 당 관계자는 “유세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네 바퀴 유세’를 번갈아 가며 하려 했으나 문 대표가 직접 걸어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서울 관악을에서 심야 유세를 벌였다.

 이번 재·보선은 상반기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연말에 터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부터 현재 진행 중인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이르기까지 악전고투하고 있다. 여권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면 재·보선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선거 결과가 좋으면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국정 과제 추진이 탄력을 받겠지만, 그 반대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연합도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처음으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에서 재·보선의 의미가 각별하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7·30 재·보선 참패로 붕괴했기 때문에 문 대표는 과거보다 향상된 성적표를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재·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문재인 체제는 내년 총선 때까지 탄탄대로를 달리겠지만, 패배할 경우엔 야권 분열의 책임을 두고 당이 내분에 빠져들 수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투표율을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2030세대가 많이 투표장에 나와 투표율이 40%대에 육박하면 야권이 유리하지만 기존 재·보선과 비슷한 30%대 초반 정도의 투표율이라면 여당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어떤 영향을 주느냐도 변수다.

 새누리당 이진복 전략기획본부장은 “성 전 회장이 여권뿐 아니라 야권에도 로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피장파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성완종 리스트에 아무 근거 없이 야당을 끌어들이는 것은 선거용 흑색선전이며 국민들이 반드시 투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호남 민심의 향배도 주목된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여론조사에선 무소속 강운태 후보가 강세를 보였지만 뚜껑을 열자 새정치연합 윤장현 후보의 승리였다. 새정치연합은 전통적 지지층에서 이 같은 ‘기호 2번’ 결집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광주 서을뿐 아니라 호남 유권자 비중이 큰 서울 관악을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번 재·보선에선 야당 지지층이 ‘노무현계’와 ‘김대중계’로 양분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 지방선거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선거 전날 전격적으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도 예상보다 강도 높은 수위여서 선거전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김정하·위문희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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