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선생님'된 차회사 중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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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훈 르노삼성차 이사(커뮤니케이션본부)는 요즘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에 푹 빠져있다.

그는 '교통 안전교육 키트'를 만들어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을 주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2300여 개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안전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이 이사는 "올해 10만 여명의 어린이들이 횡단 보도 건너기부터 각종 교통신호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며 "내년에는 우수 학생을 선발해 프랑스에서 열리는 어린이 교통 안전대회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어린이(14세 이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0만 명당 4.7명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많다. 스웨덴은 1.1명으로 가장 적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초등학교 선생님에게서 "안전교육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교육자료가 없다"는 건의를 듣고 가 이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어린이안전 학부형 봉사단체인 세이프키즈의 한국법인과 힘을 합쳐 교육용 키트를 개발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개발한 '길 위의 어린이'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초로 어린이 눈높이 맞춰 만들었다. 키트는 선생님용.어린이용등으로 구성됐고 올해 5700여 개 모든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제작비만 1억원 넘게 들었다.

그는 "어린이는 미래의 중요한 고객이지만 이번 안전교육에 마케팅 요소를 배제했다"며 "교재 어디에도 르노삼성 브랜드나 자동차를 노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재를 보면 르노삼성 마크나 브랜드를 찾아 볼 수 없고 다만 교재에 그려진 자동차가 르노삼성차와 비슷할 뿐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1960년대부터 어린이용 안전교육 키트를 만들어 지금까지 1억 개 이상 보급했다. 이를 통해 일본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도요타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 르노삼성도 90년대 초부터 유럽 12개국에 어린이 안전교육을 하고 있는 르노와 도요타를 벤치마킹했다.

이 이사는 "6개 시범학교의 경우 12시간씩 교육한 결과 교통안전 지식이 최고 5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르노그룹은 99년부터 매년 6월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세계 어린이 교통안전 대회'를 열고 있다. 이 이사는 "세계 10여 개국에서 교통안전 포스터.퀴즈대회를 통해 선발된 어린이들이 이 대회에 참가한다"며 "내년 4월쯤 예선 대회를 열어 학생과 선생님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교통안전 키트는 인터넷(www.saferoad-safekids.com)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글=김태진,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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