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협상 타결 내년으로 미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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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역질서의 새로운 규범이 될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타결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DDA를 논의하기 위해 홍콩에서 13일부터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6차 각료회의는 폐막일인 18일에도 농업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심야협상을 벌였으나 각국의 이견이 맞서 완전 타결을 내년 상반기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각국 대표단은 이번 회의 최대 쟁점인 농업 수출보조금의 폐지 시한을 당초 논의했던 2010년에서 2013년으로 3년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개도국의 우대조치 범위 등 많은 현안에서 여전히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견이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들은 그러나 과감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을 위해선 DDA협상이 예정된 협상 시한인 내년 말까지는 타결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임시 각료회의를 다시 한번 열어 남은 쟁점에 대한 막판 타결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현재까지의 논의 내용을 골자로 협상의 기본 방향을 밝히는 '홍콩 선언문'을 채택했다.

◆ 분야별 쟁점=농산물 관세 감축의 경우 시장개방의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는 '민감 품목'에 대해서는 우대조치를 제공한다는 원칙적인 내용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핵심 품목에 대해 시장개방을 유보하는 '특별 품목'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적정한 수의 품목을 개도국이 스스로 선정토록 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더 벌여나가기로 했다.

공산품 관세 감축 분야에서는 나라별 평균 관세율을 고려하지 않고 관세가 높을수록 더 많이 낮추도록 하는 이른바 '스위스 공식'을 기준으로 삼자는 데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

◆ 뚜렷해진 그룹 협상=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그룹을 만들어 분야별 협상에서 세력을 과시하는 추세가 뚜렷해졌다는 게 이번 협상의 큰 특징이다.

미국과 캐나다.뉴질랜드 등 '케언스그룹(농산물 수출국가)'이 대폭적인 농산물 시장개방을 주장하자 한국.일본.스위스 등 농산물 수입국 10개국은 'G10'을 결성해 이에 맞섰다.

개도국의 목소리도 커져 아프리카.아시아 국가들은 'G90'을 결성해 최빈(最貧) 개도국에 대한 무관세조치 등을 주장했다.

홍콩=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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