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진실은…] 해명 … 폭로 … 비난 … '황·노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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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객들이 16일 열차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을 보고 있다. 시민들은 줄기세포 진위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나타냈다. 강정현 기자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16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봉투 메모지. 전날 황우석 교수와 나눈 대화를 적어 놓았다. [연합뉴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16일 황우석 교수가 자신이 빠져나가기 위해 김선종 연구원과 미즈메디병원을 희생양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이사장은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황 교수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인 오후 3시10분쯤 강서 미즈메디병원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황 교수가 줄기세포 사진 촬영을 김선종 연구원에게 맡기면서 2번과 3번만 줄기세포와 체세포를 같이 줬고 나머지는 체세포만 줬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노 이사장은 "이는 4~11번 줄기세포는 체세포만으로 튀겨서 조작하라는 뜻"이라며 "이를 다시 김선종 연구원에게 확인한 결과 체세포를 둘로 나눈 것은 황 박사 연구실의 권모 연구원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 이사장은 이어 지난해 12월 곰팡이 오염으로 서울대에 있던 모든 줄기세포가 죽은 뒤 미즈메디병원에 보관 중이던 2, 3번 줄기세포를 복원하고 이후 새로 6개를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테라토마를 만드는 데만 3개월이 걸리고, 혹시 이를 생략했더라도 배아가 만들어져 진짜 줄기세포로 성장하는 데 한 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데 두 달 정도 걸린다"며 "그런데 사이언스로부터 논문 게재를 허락받은 것은 3월 15일"이라고 주장했다. 그 정도의 기간에 그만한 분량의 줄기세포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노 이사장은 더 나아가 황 교수가 처음 만든 2, 3번 줄기세포에 대해서도 검증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교수가 김 연구원을 시켜 우리 연구실에 있던 50개씩의 2, 3번 줄기세포 배양 병을 모두 가져갔다"며 "하지만 김 연구원이 양심상 하나를 남겨뒀고 이를 녹여 배양 중이므로 15일 정도면 진짜 줄기세포인지 체세포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줄기세포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얘기인가.

"처음에는 다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 연구원들이 갈 때는 매일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보았다. 하지만 없는 자료로 논문을 만드는 것을 보면 무슨 일이든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3번은 만들고 나머지는 가짜인지도 모른다."

-황 교수가 검찰 수사를 언급했는데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미즈메디병원과 서울대 연구실을 같이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김선종 연구원과 우리 병원에 파견돼 기술을 배워간 수의대생 세 명밖에 없다. 김 연구원을 지목하는 것 같다."

-김 연구원과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합의했나.

"그렇다. 그는 내 보호 속에 있으며 전권을 위임받아 한국에서 위기에 처하면 몸을 던져 막아줄 것이다."

-새로 만들어졌다는 6개의 줄기세포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나.

"김 연구원은 키우는 데만 주력했다. 줄기세포는 깨알 같은 것에서 시작하는데 이게 바뀌면 알 수 없다. 서울대 연구실에는 김 연구원도 함부로 못 들어가고 그쪽 연구원이 동행할 때만 들어갔다."

-그 말은 김 연구원이 물리적으로 줄기세포를 바꿀 수 없었다는 뜻인가.

"자기 말로는 본인은 안 했다고 한다."

-남아 있다는 2, 3번 줄기세포가 진실을 밝힐 물증이 될 수 있나.

"복제배아를 진짜 만들었다는 확증이 없다. 그래서 2, 3번이 궁금하다. 처음에 자랑을 많이 했고 우리에게도 나눠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달라고 해도 안 줬다. 우리는 준 적이 없는데 황 교수 연구실에 미즈메디 셀라인이 얼린 채 여러 개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김 연구원이 가져가면서 양심상 한 앰풀을 남겨놨다. 좀 더 검증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는 황 교수도 몰랐을 것이다."

-황 교수가 재연 기회를 달라고 했는데 김 연구원과 박종혁 박사가 없으면 못 만드는 것인가.

"여러 군데서 배양기술을 갖고 있다. 황 교수 입장에서는 가장 부리기 쉬운 것이 김 연구원과 박종혁 박사라고 생각한 것 같다. 김 연구원은 안 갈 것 같고, 박 박사도 내가 다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달려 있다. 아무리 상사라 해도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위 논란이 논문 작성 핵심 관계자 간의 공방전으로 번졌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15일 "황 교수 (2005년 발표) 논문에 수록된 줄기세포가 없다"고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양측은 16일 하루 바쁘게 움직였다. 상대편을 공격하기 위해 기자회견 시간을 바꾸는가 하면 언론사와의 사전 인터뷰로 자신의 입장을 흘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해 황 교수 논문 파문 대책을 논의했지만 당분간 지켜본다는 입장을 정했다. 긴박했던 16일 하루 상황을 정리했다.

오전 7시23분. 서울대병원 병실문이 열렸고 황 교수가 병실을 나섰다. 전날 노 이사장의 폭로와 MBC 'PD수첩' 취재내용 보도 때문에 다소 지친 기색이었으나 검은색 양복에 말쑥한 모습이었다. 황 교수는 곧바로 비상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황 교수는 현관에 대기 중이던 검은색 차량에 올라 병원을 떠났다. 황 교수는 오전 8시7분 서울대 수의대 연구실 입구에 도착했다. 황 교수는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작은 목소리로 "수고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연구실로 향했다. 황 교수 측은 이 자리에서 "황 교수가 오후에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며 "시간은 추후에 다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오전 9시 전후. 노성일 이사장 측은 기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10시에 노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 일정은 곧바로 취소됐다. 노 이사장은 본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을 미루겠다. 황 교수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어서 무슨 말을 할지 듣고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미룬 뒤에도 언론과 접촉하며 "(2005년 논문을) 섀튼 교수가 썼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도 새벽부터 회의를 했다. 이해찬 총리는 오전 7시30분 총리공관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황 교수에 대한 정부 지원을 계속할지도 그때 가서 판단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황 교수 논문의 진위를 검증할 조사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오전 11시 노정혜 연구처장은 "위원장을 포함해 서울대 교수 7명과 외부대학 교수 2명을 포함해 총 9명의 조사위원을 선임했다"며 조사 계획을 밝혔다. 노 연구처장은 "황 교수에게 시료를 받아 검사한다면 1~2주 내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운찬 총장은 이에 앞서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조사위원회의 활동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황 교수가 양심적으로 진실을 밝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후 2시 황 교수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대 수의대 3층 스코필드홀은 국내외 취재진 30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국내 통신.방송.신문.인터넷 언론은 물론 뉴욕 타임스 등 외신 기자도 몇몇 모습을 드러내 황 교수의 해명에 귀를 기울였다.

황 교수는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예정 시간보다 4분 늦은 오후 2시4분쯤 기자회견장에 들어섰고,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도 굳게 입을 다문 채 침착한 모습을 지켰다.

촬영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황 교수는 손으로 마이크를 툭툭 쳐 보더니 양일석 학장에게 "학장님 마이크가 안 되네요"라며 입을 열었고, 마이크 교체 때문에 기자회견은 10분 이상 지체됐다.

"사죄와 함께…"라는 말로 서두를 연 황 교수는 미리 준비한 입장 발표문을 그대로 읽어나갔고, 중간에 한 번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인 것 외에는 전혀 막힘없이 지금까지의 연구 과정과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오후 3시20분. 강서 미즈메디 병원에서 열린 노 이사장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황 교수가 표정 없이 강한 의지를 보인 반면 노 이사장은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눈치였다. 수차례 눈물을 닦아가며 회견을 한 노 이사장은 '황 교수의 논문이 가짜'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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