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세의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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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지세제의 대폭적인 개편은 그 방향과 내용에서 획기적일 만큼 중요한 정책전환을 담고 있다.
이번 농지세의 개편은 그 내용과 방향 못지 않게 개편의 시기나 정치적 함축이 사회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그런 조세외적 문제보다 농지세제가 지금까지 지녀온 여러 문제들이 어떻게 시정되고 개선되었는가하는 조세체계 자체이다.
각계에서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바 대로 현행 농지세제도는 조세체계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우선 그것이 기본적으로 소득세와 유사한 성격이면서도 소득세의 일반적인 과세기준이나 과세원칙과 매우 동떨어지게 운영되어온 점이 늘 문제되었다.
그 첫째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과세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되어온 실질소득 과세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과세표준이 언제나 조수인 기준으로 되면서 생산비나 필요경비의 개념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았다. 이는 조세의 형평원칙에 크게 벗어난 것으로 가장 큰불만의 소지가 되어왔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법인소득을 막론하고 각종 형태의 다양한 경비와 생산비용의 공제제도가 인정되는데 비해 농지세의 경우 생산비용이 거의 인정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응능부담의 원칙 아래 다른 소득세제에서는 일정규모이하 소득에 대해 기초공제를 인정해왔으나 농지세에 관한 한 매우 비현실적인 수준에서 낮게 인정되어온 점이다. 소득세제 개편 때마다 이 부문이 약간씩 손질되어온 점에 비하면 농지세의 기초공제는 매우 비현실적이었다.
조세체계로 볼 때 농지세의 가장 뒤쳐진 점은 그 세율구조라 할 수 있다. 현행 세율은 3단계의 세율구조를 가진 매우 단순한 형태여서 다양한 소득계층의 분화에 따른 합리적인 과세나 형평을 기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물론 이 같은 미분화되고 단순화된 조세구조가 농업소득의 특수성과 연관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려우나 농업소득이 날로 다양화하고 소득계층의 분화도 이전보다 훨씬 진전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농지세제의 합리화는 불가피한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행 제도가 거의 20여년이 지나도록 줄거리의 큰 개편 없이 유지되어온 것은 이 같은 여러 불합리와 부작용보다 지방재정의 확보라는 편의성을 더 중시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이번의 대폭적인 농지세개편은 그 수혜 범위가 얼마나 넓고 감세폭이 얼마나 큰지에 상관없이 조세체계 자체로서도 크나큰 진전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개편이 일시적인 정치적 고려에 그치기보다는 농지세제도 다른 조세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합리화되고 형평과 응능부담이라는 일반적인 조세원칙에 부합되게 앞으로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개편이 특히 평범한 농민부담을 경감시키는 측면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최근 수년간 농업생산비의 누증과 농산물가격의 정체로 농업소득 증가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현실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세경감도 중요하나 보다 근원적인 농업소득 지원방안도 이 기회에 아울러 강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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