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또 법정 선 교육감 … 직선제 대안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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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은 24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시교육청에 출근했다. 오전 8시에 나와 회의를 주재하던 평소 모습과 달랐다. 그는 지난해 선거 때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가 전날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상급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그는 교육감직을 잃는다.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조 교육감은 “부패나 수뢰 사건과 달리 선거활동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당당하게 직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감이 이런 처지에 놓이는 일이 2008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반복되고 있다. 7년간 교육감 4명 중 공정택·곽노현 전 교육감 두 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했다. 문용린 전 교육감도 지난해 선거 때 ‘보수단일 후보’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재판받고 있다. 낙마와 재선거가 이어지면서 조 교육감 이전 세 교육감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6개월에 그쳤다.

 교육감이 자주 바뀌면 교육 현장은 혼란을 겪는다. 서울시교육감은 한 해 7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학생 109만 명의 교육 정책을 관할한다. 하지만 직무정지와 퇴진이 겹쳐 부교육감이 교육 수장 자리를 대행하는 경우가 잦았다.

 교육감 교체 때마다 보수(공정택·문용린)와 진보(곽노현·조희연)로 성향이 엇갈리면서 정책도 오락가락한다. 곽 전 교육감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를 문 전 교육감이 유보시키자 조 교육감은 되살렸다. 공 전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를 지정했지만 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추진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학교가 교육감 성향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교육감 직선제는 도입 때부터 유권자들이 후보를 잘 모르는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받았다. 인물이 아니라 정치적 판세에 좌우되는 선거라는 뜻이다. 이념 성향에 따른 공약이 남발되고 당선 뒤 보은 인사와 이념 편향적 정책이 등장하기 일쑤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정치적 성향이 달라 대립하는 경우도 흔하다.

 막대한 선거비용도 문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들이 쓴 선거비용은 730억원으로, 시·도지사 선거(465억원)보다 많았다. 조 교육감도 34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거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고 비방과 정치 선동이 난무해 진정으로 교육자다운 생각을 가진 이들은 출마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직선제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안으로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동반 출마)제’, 학부모·교직원·교육기관 종사자가 선출하는 ‘제한적 주민 직선제’, 시·도지사 임명제 등이 거론돼 왔다.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난해 말 직선제를 폐지하자고 제안했다. 직선제 위헌 소송을 제기한 한국교총의 김동석 대변인은 “더 이상 직선제 폐지 논의를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노진호·신진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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