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 '섹스 &시티' 캐리의 180도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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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크리스마스가 어느덧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송년회니 망년회니 해서 정신없이 바쁜 연말연시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다. 소중한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극장을 찾아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영화 한 편 보면서 그 분위기에 푹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감독 톰 베주커.사진)는 한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며 겪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소동의 진원지는 장남 에버렛(더모트 멀로니)의 약혼자인 메리디스(사라 제시카 파커). 크리스마스에 약혼자를 가족에게 소개해 서로 친해지게 만들겠다는 것이 에버렛의 계획이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만다. 메리디스는 가족들의 찬밥 대우에 격분하고, 그럴수록 가족들은 그녀를 더욱 멀리한다.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은 뜻밖의 방법으로 해결된다. 메리디스의 여동생까지 등장하면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연인으로 맺어진다. 왜? 크리스마스니까. 그래서 마지막은 할리우드 영화답게 모두가 화해하는 '해피 엔딩'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가족들의 사랑이 배경이긴 하지만 다소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주긴 한다.

이 영화에는 TV 드라마 '섹스&시티'의 캐리 역으로 유명한 파커(40)의 변신이 눈에 띈다. '섹스&시티'에서 보여준 독신 생활을 즐기는 화려한 커리어우먼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신 고지식하고 답답한 성격의 노처녀가 관객 앞에 나타났다. 여덟 살 때 연예계에 데뷔한 파커지만 그동안 대중의 기억에 남는 영화출연 경력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었다고 한다.

한편 '태풍' '킹콩' '해리포터'등 연말 대작 영화들이 극장가를 휩쓸면서 '우리…'같은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가 크게 좁아졌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크리스마스 대목에 극장들이 흥행작 위주로 상영작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앞서 9일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 영화지만 극장을 못 구해 단관 개봉을 했다가 사흘여 만에 막을 내렸다.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에 상영돼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를 정도로 괜찮은 영화였지만 한글 제목을 잘못 지어서인지 말 그대로 '건너뛰기'를 당한 것이다. '우리…'는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라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꿋꿋하게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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