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작두 위에 서선 안 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종건
연세대 정외과 교수

미사일방어(MD) 체계는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어체제다. MD의 핵심은 내 미사일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히 발사해 적의 미사일을 명중시킬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 수많은 촉수가 적국 주변부터 우주공간까지 배치돼 상시적으로 적의 동향을 감시한다. 미사일 방어는 바로 이 촉수, 즉 레이더 배치가 가장 중요한 전제다.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단계를 고고도 종말 단계라고 한다. 이때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게 사드다. 즉 사드는 MD의 핵심이다.

 국내에 사드 논쟁이 뜨겁다. 완벽한 위협으로 인식된 북한과 단절된 남북관계, 한·미 동맹 강화론이 빚어낸 삼중주의 결과다. 미국의 특정 무기체계가 이처럼 한국 사회를 뒤흔든 적이 있었나. 사드 찬반론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모습은 우리가 안보에 얼마나 민감한 나라인지 보여준다.

 MD는 진화한다. 그 속도가 더딜망정 일단 구축된 MD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는 신념체계를 실현하기 위해 실시간 발전하는 유기체다. 따라서 지금의 사드는 완료형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 영토에 배치되는 사드의 국제정치적 의미가 무엇이냐는 고민이 없다는 데 있다.

 미국에 사드는 한국의 동맹 충성도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지다. 이미 일본에 집단자위권을 양허하고 한·미·일 군사정보 협력 약정까지 마친 미국은 MD를 통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진화시켜야 한다. 미국은 표면적으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사드 배치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는 미국의 MD 촉수가 한반도에 이식돼 MD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를 통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연동되는 3국 협력 유기체를 출범시키려 한다. 북한의 위협을 확대한 뒤 한국을 앞세워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3국 동맹 체제를 완성하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미국에 사드는 일거양득이다.

 그러나 중국에 사드의 한국 배치는 중국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미국의 MD 촉수에 탐지되는 체제가 확립되는 걸 의미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베이징 코앞까지 닥친 MD를 가만히 놔둘 수 있겠는가. 사드의 한국 배치는 한·미 동맹이 중국을 견제하는 지역 동맹체로 전환될 뿐만 아니라 이미 미·일 동맹이 구축한 MD에 한국이 편입된다는 의미로 중국은 인식한다. 중국에 “사드 배치는 대북 억지 용도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중국 견제가 목적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국내에서 사드를 놓고 난리가 벌어졌지만 정작 미국과 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직접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설파하며 군불만 피우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사드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히며 압박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목표로 한국을 쪼면서 무엇을 선택할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 7년 동안 한국의 보수 정권은 북한을 완벽한 위협으로 변형시켰다.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 전작권 환수를 찬성하는 목소리를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우리 안보를 한·미 동맹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들었다. 이는 동맹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이라는 착시현상을 낳았고 한국을 강대국 정치의 작두 위에 올려놓았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작두 위에 계속 올라 서 있을 것인가. 국방부가 안보정책을 주도하는 현실에선 우리 안보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정책의 혁신을 기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의 한국 배치 유보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적대적 남북관계와 북한의 핵개발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의 국익은 강대국 권력정치에 가로막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사드는 강대국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서슬 퍼런 권력정치의 서막일 뿐이다.

최종건 연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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