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는다" 재건축 시장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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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일반분양분을 공정률 80% 이후에 분양하는'후(後)분양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재건축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올 전망이다.

일반분양분이 많은 단지는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 사업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 향후 경기상황에 따라 일반분양가를 정해야 하므로 재건축사업 환경이 나빠지게 됐다. 자금부담 때문에 업체들의 재건축 수주 경쟁도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 제도는 관련법 개정 등의 절차를 걸쳐 오는 7월, 이르면 다음달 중에 시행할 예정이다.

추가부담금 얼마나 늘까=H건설회사가 일반분양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신천동과 경기도 부천지역 재건축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조합원 한 명당 평균 1천만~3천만원 정도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신천동 A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이후 총가구수는 2천86가구로 조합원분 1천5백7가구를 뺀 5백79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예상 일반분양 수입은 2천억원(분양가 평당 1천3백만원 적용)으로 공정률 80% 이후 일반분양할 경우 이 금액이 지금보다 32개월(공정률 80% 공사기간) 정도 늦게 들어온다.

따라서 이 금액을 연 8%의 이자로 대출받을 경우 종전에 착공부터 입주때까지 2~3년에 걸쳐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나눠받았을 때보다 약 2백억원의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업체는 추정했다.

이는 초기에 1백% 분양이 끝났을 때의 예상치며, 조합원 한 명당 1천3백여만원의 추가 부담금이 발생한다.

같은 방법으로 계산했을 때 A아파트보다 일반분양이 많은 부천 재건축대상 아파트의 조합원 추가 부담금은 더 커지는 것으로 예상됐다. 재건축에 따른 가구수는 총 2천72가구로 조합원분 1천40가구를 뺀 1천32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분양가를 평당 1천1백만원으로 잡았을 때 일반분양 수입은 3천7백억원. 후분양할 경우 25개월(공정률 80% 공사기간)의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조합원 1인당 2천9백여만원을 더 내야 한다.

반면 일반분양이 없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단지나 가구수 증가 없이 1대 1로 재건축이 추진되는 대치동 은마.청실, 논현동 경복아파트 등 중층아파트는 처음부터 조합원이 건축비 등을 부담하는 조건이므로 후분양 파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따라 추가부담 주체 달라=추가 금융비용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문제다. 시공사는 목표 이윤에 맞춰 공사비를 챙길 가능성이 커 조합원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조합이 자신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일반분양가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

신천동 A아파트의 경우 2백억원의 금융비용을 모두 일반분양가에 떠넘기면 분양가가 가구당 평균 3천4백만원 늘어난다. 부천 B아파트도 3백억원의 추가 금융비용을 일반분양자에게 떠넘기면 분양가가 평균 2천9백만원 오른다.

분양 시점에 경기가 좋으면 추가금액을 일반분양가에 전가할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분양가를 올리기 힘들어 결국 조합원 몫으로 돌아온다. 이 경우 채산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미분양도 문제다. H사 관계자는 "후분양을 하면 3~4개월 안에 분양가를 전부 내야 해 장기 미분양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금융비용이 훨씬 불어난다"며 "일반분양의 대금 납부 기간을 늘려주거나 조합원들의 분양 대금 납부일을 일반분양과 같게 늦출 때도 금융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

오는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면 안전진단 강화와 사업승인후 시공자 선정 등 재건축 절차와 기준이 더 까다로워 진다.

재건축 수주 판도 변화=시공사를 선정한 단지의 경우 조합과 시공사간의 분쟁이 잦아질 전망이다. 수주 당시와 사업환경이 크게 달라졌고,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을 미리 확정한 확정지분제 방식도 많아 조합원과 시공사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회사도 종전처럼 적극적으로 재건축 수주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반분양대금을 받아 건축을 했는데 일반분양 시기가 늦어지면 금융권에서 빌려야 한다.

이 경우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위험이 있다. 삼성물산.LG건설.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회사들은 아직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수주물량을 20~30건 이상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L건설 관계자는 "재건축아파트 한 곳 사업당 수백억~수천억원 이상 대출 부담이 늘어난다면 현금 보유능력이 뛰어난 회사라 해도 분양이 잘 되는 곳만 선별수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건설 관계자도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새로운 주택자금조달 방법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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