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경쟁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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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내 집이 없어도 돈 빌려드립니다'-.

전셋돈을 밑천으로 사업자금을 빌리려거나 오르는 전셋값에 돈이 모자라 애태우는 고객들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보험사.소비자금융사 등 제2금융권에서 전세대출 상품이 잇따라 나와 서민.자영업자 등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주 주인에게 낸 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잡히고 보증금의 80% 안에서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금리는 연 9.5~22%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에서 전세를 사는 사람이 대상인데, 앞으로 일반 주택으로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솔로몬은 장차 주택에 대한 무게중심이 '소유'에서 '대여'로 바뀔 것이란 자체 전망에 따라 의욕적으로 상품을 만들었다. 솔로몬의 임석 대표는 "신용은 충분하지만 담보 능력이 부족해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서민들이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존 상품보다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액은 많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새로 아파트에 들어가려는 고객들도 전셋돈이 모자랄 때 이 상품을 이용해 주인에게 줄 보증금의 80%까지 빌릴 수 있다.

알리안츠생명도 지난주 전세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거나 곧 전세를 얻으려는 근로소득자가 대상이다. 전세보증금의 70%와 아파트 평균 시세가격의 50% 중에서 낮은 금액을 빌릴 수 있는데 한도는 3000만~1억원이다. 알리안츠 관계자는 "금리가 6~10%로 낮은 게 장점"이라며 "최근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전셋집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금리는 알리안츠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특히 알리안츠의 보험에 가입했다면 금리를 1%포인트 깎아준다.

이 같은 전세상품 경쟁에 불을 지핀 건 외국계인 GE머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계열사인 GE머니는 9월 한국시장에 상륙하면서 전세대출 시장을 '잠자는 돈줄'이라고 평가하며 틈새시장으로 개척하겠다고 선언했다. GE머니는 전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9.9~27.4%의 이자를 받고 전세금의 최대 80% 안에서 2억원까지 빌려준다. 이 회사의 박현 사장은 "전세로 사는 가구가 전체의 40%가량인 만큼 잠재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잘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집 주인과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주인에게 준 전세 보증금을 담보로 잡히는 만큼 집 주인의 동의를 받는 게 필수 코스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또 솔로몬저축은행이나 GE머니의 상품에서 나타나듯 금리 차이가 크다. 고객의 신용점수가 좋을수록 이자를 적게 내기 때문에 여러 금융회사에 많은 빚을 지거나 연체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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