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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민항기 납치사건 l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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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어린이날 때아닌 공습경보로 전국민을 놀라게 했던 중공민항기납치비상착륙사건이 5일로 만 1년.
여객기를 납치한 탁장인(36)등 6명은 항공기운항안전법위반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1, 2심에서 징역4∼6년까지 실형을 선고받고 오는 22일 대법원의 최종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형이 확정되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빠른 시일안에 특사와 함께 추방형식으로 대만에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건을 계기로 빚어진 중공민항기의 변화와 최종심을 기다리는 납치범들의 동정을 알아본다.

<납치범>
◇구치소 생활=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중인 6명의 납치범들은 수감당시 초조해하던 것과는 달리 여유를 되찾아 탁구등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있다.
지난해 10월 구차감의료실에서 맹장수술을 받았던 탁장인도 이제는 완쾌돼 모두 건강하다.
이들이 수감중인 구치소는 지난해 새로 증축, 침대 없는 마루방에 비닐장판을 깔고 수세식 화장실도 갖추어 시설이 깨끗한 편.
구치소측은 이들의 식성에도 신경을 써 되도록 입에 맞는 볶음밥·만두등 중국음식을 제공하고 있고 때로 직접 만들어 먹도록 허용, 홍일점인 고동평(29)이 만두를 빚어 먹기도 한다는 것.
이들에 대한 옥바라지는 주한자유중국대사관과 화교들이 맡고있다.
화교들은 이들의 구속직후 모금한 8백만원으로 양말·속내의 2벌씩과 담요1장씩을 넣어주었고 1인당 영치금 10만원씩을 차입했는가하면 지난가을 왕염대(28)의 생일엔 2돈쫑짜리 금반지와 생일케이크·인삼·녹용등을 넣었으나 인삼등 약제는 구치소규정에 따라 반입이 거부됐다. 그동안 대만의 초 중· 고교생들이 보내온 위문편지만도 2백여통. 한결같이 『속히 대만으로 오길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변호인측에 따르면 최근 대만의 정당간부들이 이들을 면회, 『지금은 괴롭겠지만 자유를 얻기 위해 댓가를 치른다고 생각하고 옥고를 통해 자유의 소중함을 터득하라』고 격려해주었다는 것이다.
◇구명운동=화교들은 검찰기소직후 서울에「6의사지원회」를 만들어 이들을 돕고있으며 미·일등 전세계7백50여 화교단체에선 지난해 쌍십절때부터「세계화교 1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탄원서와 함께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의 탄원서엔『한·중은 반공국가이고 공식수교가 1백년이 넘은 오랜 우호국이다. 가족이산의 원흉도 공산집단이란 사실을 감안, 6의사를 속히 자유중국으로 보내주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또 대만청년 10명은 지난해말 청천백일기에 「6의사의 영웅적 만세」 라는 혈서를 써 우리 법원에 보내왔다.
뿐만 아니라 대만의 국민학생들까지 우리정부요로 및 각 단체에 이들의 구명을 도와달라는 호소문을 끊임없이 보내오고 있다.
◇상고심=상고심에서도1, 2심처럼 유죄가 선고될 공산이 커 대법원의 최종판결후 우리정부 조치가 큰 관심거리다.
특사와 함께 추방형식으로 대만에 보내거나 국제난민위원회로 보내는등의 방법이 있으나 문제는 그 시기의 결정.
일부에선 지난달 서울 아시아 청소년농구대화에서 중공의 국기사용에 항의, 대만선수단이 철수한 이후 불편해진 양국관계의 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내 석방을 점치고있으나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입장.
항공기납치범들의 경우 최소 1년이상의 형을 살리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이지만 석방시기는 외교적 상황을 고려해야하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형이 확정되면 석방시기가 빠를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중공민항기>
◇보안검색강화=외부에 알려진 외견상의 변화는 공항보안검색강화와 이용객 지위의 제한. 중공당국은 사건직후 중공내 80개 공항에 수입품 신형금속탐지기를 설치했고 보안경비요원을 증강했다.
또 인민의 교통수단으로 자처, 소속기관의 증명서와 요금만 내면 누구나 이용할수 있던 것을 현단위이상 관서에 근무하거나 연대단위 지휘관이상 군인으로 간부급수14급 이상에만 탑승이 제한됐다.
현재 중공의 당과 행정조직의 지도층 급수는 20단계.
출장의 경우에는 해당기관의 소개장과 항공표 구입때 현찰대신 소속기관발행의 수표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이재킹의 방지책으로는 해외공중납치사건의 국내TV방영을 금지하고 기내보안강화와 공중납치는 진행과정에서 저지하도록 승무원에게 지시됐다.
◇기종변경=중공민항은 현대화작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우선 기종현대화가 가장 두드러진 변화-.
33대의 낡은 트라이던트기종을 대체하기 위해 747점보기 4대와 보잉737 5대, DC9-80 2대등을 도입했고 프랑코 이탈리안ATR42와 에어버스의 도입을 협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민항 국제부 「루·루일링」씨는 최근기자회견에서『올해 국내선을 증편하고 북경공항의 제2활주로와 청두·찌아멘에 새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전문인 육성=일본항공에 의뢰, 스튜어디스교육을 시키고 있고 루프트한자항공에 지상조업요원교육을, 미국에 조종사 교관교육을 위탁하고있다.
중공민항은 지난해 KLM항공과 팬암항공의 대만운송재개로 다소 진통은 있었지만 「레이건」 미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NWA항공의 중공운항을 허용했고 싱가포르항공의 운항 허용을 검토하고있다. <엄주혁·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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