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산-소백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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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백산은 소백이란 이름그대로 장중 우아하면서도 소담한 미를 지닌 소백산맥의 모산이다. 우리나라 12명산중의 하나로 최고봉인 표고 1,439m의 비로봉을 비롯해서 연화봉(1,394 m), 국망봉(1,421)등 고산연봉으로 이어져 있다.
연봉과 이를 잇는 능선들은 부드럽고 아름답기로 전국에서 으뜸이며 소백산의 산정과 능선의 초원지대는 가을이면 황금색으로 빛나고 겨울이면 흰눈에 덮인 능선길이 장관을 이루며 적설량 또한 많다. 특히 대군락의 철쭉꽃이 만발하는 봄철과 에델바이스(왜솜다리)등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여름이면 천상화원같은 느낌을 준다.
충북과 경북의 경계인 죽령은 소백산과 두산봉사이의 안부에 있으며 조령·추풍령과 함께 예로부터 영남에서 서울로 가는 주요관문중 하나로 신라시대에 길이 열린 역사적인 고갯길이다.
소백산의 등반코스는 여러 갈래 있으나 희방사에서 국립천체관측소가 있는1`384 m봉-연화봉-비로봉-국망봉-배점리를 잇는 종주코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등반 소요시간은 희방사에서 배점리까지 7시간이상 걸리며 계절에 관계없이 기상의 변화로 가끔 조난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니 장비를 잘 갖추어야 한다.
등반 깃점이 되는 희방사부근에는 여관1개와 3개의 여인숙이 있으며 이곳에서 맛보는 산채백반 한끼는 계곡미와 더불어 또 다른 정취가 있다.
여관촌을 지나 울창한 수림속 오솔길을 따라 희방사를 향해 오르다 해발7백m 지점에 만나는 소백산의 대표적인 희방폭포는 3면을 둘러싸고 있는 기암절벽과 수목등이 한데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폭포바로 위의 희방사는 신라 선덕여왕12년(643)년에 사운조사가 창건했으며 이곳에 한때 월인석보1,2권의 목판이 보존되어 있었으나 6·25 때 절과함께 소실되었으며 지금의 절은 안대근스님이 재건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고 1,384m 봉 까지는 식수가 없으므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철쭉꽃이 대군락을 이루어 철쭉 터널을 연상하며 영주 소백산악회가 73년도부터 시작한 철쭉떼가 올해로 12회를 맞고 있다.
표고 1,439m의 비로봉에 서면강원·충북·경북3도의 첩첩 군봉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북쪽 골짜기의 사면일대에는 천연물 2백44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있는 수령2백∼5백년 의 희귀수종인 주목이 대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비로사 경유 삼가동까지 2시간 거리. 서북쪽 기슭을 가로질러 천동리 고수동굴까지는 4시간이 걸린다.
20여년 산행에 외국의 산도 몇곳 가보았고 수를 헤아릴수 없이 다닌 소백산이지만 여기서만큼 성취감과 정상등정을 실감케 하는 곳도 없다.
기암을 낀 아기자기한 길을 1시간30분가량 걸으면 국망봉 산정의 바위위에 서게되며 지금까지 걸어온 소백산 주능선을 되돌아 보면 장쾌하다.
권태순 <한국산악회 경북지부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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