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형 저널리즘, 50년대 '1인칭 주인공 다큐'가 첫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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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산불을 소재로 한 인터랙티브 뉴스 ‘파이어스톰’.

‘프로젝트 시리아’를 제작한 노니 데라페냐는 가상현실 저널리즘을 “월터 크롱카이트가 만든 ‘유 아 데어(You are there, 당신이 바로 그곳에)’의 꿈이 실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1950년대에 접어들며 늘 3인칭 관찰자였던 시청자를 1인칭 주인공으로 삼기 시작했다. 미 방송사 CBS와 앵커맨 크롱카이트가 진행한 역사 다큐멘터리 ‘유 아 데어’가 첫 번째 시도였다. 라디오로 방송되던 이 프로그램은 53년 영상으로 제작되면서 텔레비전으로 방영됐다. 역사적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근거리 영상 위주로 화면을 구성했다. 등장인물은 주로 뒷모습을 보여줬다. 시청자가 이들과 현장에 함께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지금 보면 어설픈 구석이 많지만 당시 방송 여건을 고려하면 참신한 도전이었다.

엠블리마틱 창업자 노니 데라페냐.

 이런 노력은 실감형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이라는 명칭을 획득했고, 체험형 저널리즘으로 발전했다. 작가 조지 플림턴은 50~60년대 스포츠 종목 선수로 뛰어본 뒤 그 체험을 책으로 펴내 인기를 얻었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를 상대로 투구하는가 하면, 슈거 레이 로빈슨과 같은 당대 최고의 복싱 스타와 스파링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스토리에 영상과 컴퓨터그래픽·사진을 한데 섞어 ‘디지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눈사태를 입체적으로 다룬 2012년 미국 뉴욕타임스의 ‘스노 폴’, 산불을 체험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국 가디언의 ‘파이어스톰’이 대표적이다. 영상·그래픽 등의 요소가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본지도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특별 페이지 ‘그 배 세월호 100일의 기록’과 1주년 웹페이지를 인터랙티브 뉴스로 제작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은 꾸준히 현장성과 몰입감 강화를 추구해왔다. 이런 뉴저널리즘은 언론의 편집 영역을 최소화할 수 있어 모든 뉴스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윤호진·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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