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주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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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며칠전 일이다.
시장을 둘러보는데 노점에서 상치배추 몇단을 펴놓고 계신 아주머니를 보았다. 몇마디 건네고는 배추를 샀다. 아주머니는 남매가 시내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내일이 토요일이라 애들이오면 버스비라도 주려고 한다면서 애들만 졸업하면 한시름 놓는다고 자랑을 했다.
나는 배추석단을 사면서 3백원을 에누리했는데 아주머니는 쾌히 싸주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가게 보다 훨씬 쌌으며 배추 한단한단 사이에 열무까지 끼워 있었으며 너무나도 버릴것이 없이 잘 다듬어져 있었다. 그 김치를 다먹을 때까지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아빠가 갔다준 월급봉투만을 가지고 가계부 정리만 하는 계산기에 불과하지 않을까 자문해 보기도 했고 큰 아이한테 시골 할머니들은 몇 백원을 벌려고 배추·파 등을 가지고 와서 팔고 간다며 단돈 1백원의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
아빠가 어렸을 적에도 할머니께서 팥이며 달걀등을 팔아서 아빠 학비에 보탠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우리 애들이나 나자신 지금의 편리한 생활에 도취된 나머지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
언젠가 시장에서 어떤 할머니가 파를 다듬으며 무심코 한 말이 생각난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파 한 움큼을 사더라도 다듬어 놓지 않으면 사가질 않는다』는 푸념 아닌 푸념이었다. 나 자신도 그랬다.
나는 하루 하루의 생활을 한번 뒤돌아 보면 너무 편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았나 반성해보며 오늘도 금요일이어서 얼굴도 잘 모르는 그 아주머니가 혹시 시장에 나오지 않았나 둘러 보았다.

<사진> 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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