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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내가 아니라) 이병기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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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5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외유 중인 가운데 국내 상황에 대한 보고를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하고 있다고 이완구 총리가 말했다.

이 총리는 19일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열린 '4·19 혁명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 출발(16일) 이후 이 총리가 참석한 첫 외부 공식 행사다. 이 자리에서 이석현(새정치민주연합) 국회부의장이 "(국내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총리는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이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통령께서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국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야당이 검토하고 있는 총리 해임 건의안에 대한 입장을 기자들이 물었지만 구체적 대답을 하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이 날 기념식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석현 국회부의장, 정의당 천호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기념식에 앞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오전 7시45분쯤 당 지도부와 함께 4·19 민주묘지를 찾아 헌화·분향했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진 이후 이날 기념식장에서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를 처음 만났으나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고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부정과 불의에 맞서 꽃다운 목숨을 바치신 (4·19) 민주영령들께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면서 "우리 모두가 마음껏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바로 4·19혁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4·19는 민주주의와 정의의 표상으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생각한다. 4·19혁명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나라를 꿈꾸었다"고 평가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다음은 이완구 총리의 4·19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19혁명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오늘 4.19혁명 쉰다섯 돌을 기념하는 뜻 깊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날의 영령들이 잠들어 계신 이곳에서 4·19혁명의 숭고한 정신과 고귀한 희생을 기리며 우리 모두의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부정과 불의에 맞서 꽃다운 목숨을 바치신 민주영령들께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동안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온 국민과 함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우리 모두가 마음껏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바로 4·19혁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민주화 대장정의 큰 길을 여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4·19는 민주주의와 정의의 표상으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4·19혁명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이러한 4·19의 위대한 정신은 우리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어져 하나하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모든 분야에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산업화의 성공으로 번영의 토대를 다져왔습니다. 이와 함께 지구촌의 자유와 인권,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켜 국가의 품격을 드높이고 세계 속에 당당한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켜 국민적 어려움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19혁명의 정신을 받드는 또 하나의 길은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것입니다. 더욱이 올해는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남과 북의 겨레가 하나가 되어 한반도 전역에 자유와 평화의 물결이 넘치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 우뚝 설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영령들의 숭고한 헌신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민주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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