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개선은 내 손자 행복 위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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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대회 나온 탈북 소녀
2002년 5월 8일 중국 선양 일본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김한미양 가족이 9일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사진위).아래 사진은 당시 이귀옥씨와 김한미양. [연합뉴스]

9일 이틀째 계속된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는 '김정일 정권 종식'과 '독재 타도' 주장이 쏟아졌다. 대회장인 서울 신라호텔의 2층 연회장에선 미국의 네오콘, 일본의 피랍 관련 단체 대표 등 해외 인사들과 국내 탈북자.보수종교단체 등이 얼굴을 맞대고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와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인권특사는 외부 강연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서울서 소리 높인 네오콘=마이클 호로위츠 미 허드슨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표적인 네오콘 학자다. 발제자로 나선 그는 지갑에서 자신의 두 손자 사진을 꺼내든 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들"이라고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북한 인권 개선은 내 손자들이 보다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살도록 하는 일"이라며 "우리가 제대로 한다면 김정일은 권좌에 앉지 못할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워싱턴 정책 결정자들은 거짓말쟁이"라며 "북한 인권에 앞서 군사적 위협부터 감안하자는 얘기는 김정일 정권 유지를 돕는 거짓말"이라고도 비판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도 분명했다. "인권 의식을 고양하자는 게 다른 목적을 위한 구실이라는데, 우리들의 입장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인권 거론이) 충돌이나 대치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했다. 인권 이슈가 남북 관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금요일(안식일)에는 자동차를 몰지 않고 걸어다니는 유대인이다. 학생 때부터 소련의 유대인 수용소(굴락) 문제에 적극 참여했다. 그런 그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언급하며 "어제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을 보고 희망과 좌절, 테러를 목격했다"고 했다.

◆코너 몰린 '대북 정책'=정의용 열린우리당 의원이 정부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금강산 관광.개성공단을 언급하며 "돌풍으로 외투를 벗길 수 없다. 햇볕 정책을 통해 (남북 관계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곧바로 야당과 참석자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을 미국과 유엔이 주도하고 한국은 기권하는 것은 역사적 죄악"이라며 "(정부는)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하자, 좌중에선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번 행사의 공동대회장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폐기와 북한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중국 압박하라"=북한의 유일한 실질적 지원국인 중국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호로위츠 수석 연구원은 "중국이 탈북자에 대한 국제인권규약을 지키지 않으면 대미 수출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도 중국이 1951년 체결한 난민지위협정 체결 준수를 요구했다.

특별취재팀=이영종·채병건·강주안 기자(정치부), 박현영 기자(국제부), 백일현 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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