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풍자의 서민적 체취 물씬 일인 창무가 공옥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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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별무대라니요. 제 입에서는 그런 말이 나가본적이 없어요. 죽어도 무대에서 죽어야지…. 청산할 서울생활은 또 뭐가 있나요? 서울공연이 있을때 와서 묵고가는 운당여관 숙박비만 내고 가면 그만인걸요』
해학과 풍자·재담으로 엮어지는 서민적인 체취가 물씬한 1인창무극의 공옥진씨(53)-.17∼19일 (하오 4시30분·7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그는 때아닌 고별무대소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의 이번 공연이 서울생활을 청산하는 고별무대로 일부에 보도되자 그를 아끼는 팬들이 줄이어 문의전화를 걸어오고 『선생님공연엔 가슴에 찡하게 와닿는것이 있다』고 좋아하던 열성 여고생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이유를 묻는 전화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전남도당국의 배려로 2년전 고향인 영광에 주거지를 겸한 교천리 예술연수원 작은 건물을마련한 그는 공연이 없을때는 그곳에 돌아가 13명의 제자들을 가르친다.
지난해는 10월 공간사랑에서의 보름간에 걸친 『수궁가』공연을 비롯, 전국을 돌며 총68회의 공연을 했다. 그러나 여관비 물고 불우한 이웃을 힘닿는한 돕다보니 단돈 10원의 저축이없다. 한국장애자 재활협회등을 위한 자선공연도 적잖게 했다.
『이번에는 심청전·수궁가·놀부전을 공연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청중들을 진흥원 뜰로인도하여 북·꽹과리를 치며 막걸리 한잔씩을 대접하렵니다. 막걸리를 판돈과 제가 받는 공연비중 일부는 말못하는 이들을 위한 기금에 보태렵니다』
공씨의 후원자인 재일교포 사업가 정수상씨가 최근 공씨의 상반신을 조각한 마스코트를만들었는데, 이것을 팬들에게 팔아 (2천5백원) 이익금은 역시 장애자를 위해 쓰리라 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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