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내다보는 공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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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권 새국제공항이 충북 청원에 건설된다. 정부는 새공항후보지로 11곳을 선정, 적지를 물색해온 끝에 기상·토질등 자연조건, 토지수용등 건설비, 보안문제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청원군일대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최소 1시간10분이 소요되는 통행거리에다 연계수송체계확립을 위해 서울과 청원 또는 천안과 청원을 잇는 고속도로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무릅쓰고 정부가 새국제공항을 청원으로 확정한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공항건설예정지 일대를 정부가 이미 수매했다는 사실에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은 오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대규모 국제공항의 건설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칠 영향에 비추어 입지를 서울에서 1시간10분거리에 잡은 의미는 과소평가될 수 없다.
그러나 기왕에 정해진 후보지가 적지냐의 여부를 따지기 보다 우리의 관심은 21세기를 내다보는, 세계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제공항이 건설되어야 한다는 점으로 모아진다.
서울이 극동의 항공요충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미-중공, 일-중공간에 국교가 정상화되고 부터다. 최근들어 우리나라와 중공간의 비정치적 교류의 폭이 넓어지면서 한국의 항공시장은 더욱 국제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지금의 김포공항은 여객수송 능력이 85년후반, 활주로 처리능력은 86년후반에 한계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88년 올림픽을 위해 김포공항을 확장하고 새국제공항의 건설이 필요해진 것은 그때문이다.
새국제공항의 건설은 순전히 기술적으로만 보아도 하나의 거대한 종합적인 산업이다. 예상 교통량이나 피크타임 교통량에서 지상연계 교통체제는 물론 터미널, 활주로, 컨트롤 타워, 레이다등 복잡한 기술적 요소의 집합체다.
미국·일본등 선진국에서 최신공법과 첨단기술이 동원된 공항이 많이 건설되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 다행한 일이다. 최근 건설된 국제공항의 경험적 장점들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첨단의 설비를 갖춘 가장 편리한 국제공항이 되게하려면 적어도 설계만은 전세계적으로 공모해야 할 것이다.
최신기술이 집약된 설계의 도입은 그 자체가 첨단기술의 도입이며 우리의 기술수준을 급격히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국제공항은 말할것도 없이 한나라의 관문이다. 따라서 기능적으로 완벽한 것 못지 않게 외형적인 미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은 공항건물을 사치스럽게 짓자는 뜻이 아니라 외국사람들에게 한국의 인상을 강렬하게 심어주도록 한국미가 뚜렷한 건축물이 되어야 겠다는 뜻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 자원의 효율적 이용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새 국제공항은 「세계적인 것」이 되어야 하지만 외장에 치우쳐 덩그렇게 규모만 크게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새 국제공항 건설은 21세기를 내다본 역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몇10년 앞을내다본 장기적 안목으로 설계에서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영국정부가 런던교외에 제3의 공항을 세우기 위해 2천만달러를 들여 1년에 걸친 예비조사를 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착공까지 불과 3년 밖에 남지 않았다. 전문가뿐 아니라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세계에 자랑할수 있는 국제공항을 건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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