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체육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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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간의 대화가 다시 판문점에서 시작됐다.
체육이라는 한정된 분야의 회담이긴 하지만 어쩌면 전분야에 걸친 남북대화의 토대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한번 기대를 가지고 주시한다.
우리는 판문점으로 떠나는 우리 대표단을 보내면서 잘 하라고 당부하기 보다는 북한측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는 사실을 술직이 시인한다. 회담의 성패는 우리측의 노력보다는 북한측의 태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국제적으로 책임질줄 아는 행동 주체로서 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아직도 신뢰 받을 수 없는 입장에 있음을 스스로 시인해야 한다. 세상이 다 알고 있고 객관적인 제3국의 공정한 재판을 거쳐 입증된 아웅산만행을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아직도 우기고 있으니 말이다.
랭군사건이 단순한 과오가 아니고 평양의 공권력에 의해 치밀히 계획된 고의적인 범죄행위이고 그 결과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공식사과는 어려울지 모른다. 사과는 곧 절대 무오진의 허구성 의해 축조된 김일성집단에 중대한 타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측은 이번 회담개최의 전제 조건으로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외상이라는 자가 공개적으로 일본의 공영방송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그 책임을 피해자인 우리측에 뒤집어 씌우고 있는 것은 후안무치의 행위일 뿐 아니라 회담에 임하는 자세마저 의심케 한다.
어쨌든 이번 체육회담은 또 한번 우리민족의 자결 능력을 심판받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북한은 명심해야 하기 한다.
우리가 중공과도 스포츠와 기자의 교류를 실시하고 있는 이 때 같은 민족끼리 못할 이유는 없다.
이번 협의에선 회담의 주도권 문제나 하찮은 절차 문제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대한올림픽위원회의 요청대로 4월중에 남북간의 교환경기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평양은 마감기일을 겨무 2개월 앞두고 단일팁 구성에 응해옴으로써 그 저의를 의심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도 몇 차례의 체육회담이 있었으니 그 때 마다 북한이 정치적 선전과 술책을 앞세워 한번도 성공을 거둘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주변 정세의 흐름은 대결에서 화해의 방향으로 진전돼 나가고 있다. 우리문제 때문에 주변국가들이 더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 또한 우리의 민족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금년 LA올림픽에 남북한 단일팀을 출전시킬 수 있다면 이는 우리 민족의 크나 큰 승리이자 성공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만방에 대해 떳떳이 내놓을 수 있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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