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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공기업 이전 지방은 '취업 블루오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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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 지방대학교 취업정보실에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공기업 지방 이전으로 내년부터 지방대생들의 취업문이 훨씬 넓어질 전망이다.

행정수도 이전과 공기업 176곳의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서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 시장이 넓어질 전망이다. 공기업의 이전 시기가 2010~2012년으로 아직 멀었지만, 해당 업체들이 이전에 대비해 해당 지역에서 인재 선발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전국 조직을 갖춘 일반 사기업 중에는 직원들이 지방 발령을 꺼려 이직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해당지역 대학을 졸업한 응시생을 뽑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방대생 채용 비율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할당제를 도입하는 회사도 있다.

◆ 취업 문 넓어진 지방대생=지방대생의 취업 문이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공기업 및 중소기업 89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개사 중 4개사가 본사 이전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들은 본사를 이전할 때 직원 이탈(37.2%)을 가장 우려하면서 대다수(76.7%)가 지방 이전 후 해당 지역 출신자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지방화 정책에 따라 앞으로 지방대생의 취업 기회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지방대생도 이처럼 '블루오션 시장'을 잘 공략하면 서울지역 대학생 못지 않게 취업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충고한다.

공사나 금융기관 등에서는 지방대 할당제를 도입하거나, 지방 출신자를 우대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의 경우 지방대생 채용 비율이 60~70%에 달한다. 신용보증기금은 2005년도 신입직원 채용에서 최종합격자 40명 중 17명을 지방대학 출신자로 뽑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체 직원 중 약 60%가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을 감안해 지역별 채용인원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주택보증은 채용 인원의 30% 이상을 지방인력으로 뽑고 있고, 증권예탁원도 지난해부터 여성과 지방대 출신자를 20% 이상씩 채용하는 '20-20 인력 채용 목표제'를 도입했다. 학습지 업체 대교도 지방대 출신자나 지방 거주자가 해당 지역에서 근무할 경우 우선권을 준다. 대신증권.국민은행.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지방대 출신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SK.S-Oil.효성.동국제강 등 지방 사업장이 있는 기업들도 해당 지역 대학 졸업생을 우대한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서울 출신이 지방공장 근무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실력만 있다면 지방대 출신을 더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보와 자신감이 중요=전문가들은 지방대생 취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정보와 자신감을 꼽는다. 헤드헌팅 업체인 굿맨앤트루의 모성수 사장은 "지방대생은 '지방 출신'이라는 심리적인 콤플렉스가 있어 움츠러드는 것이 문제"라며 "기업이 원하는 것은 젊은이다운 열정과 패기"라고 말했다. 지방 출신의 경우 사투리나 억양을 지나치게 의식해 면접때 자신감 없이 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충분히 명문대생 이상의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자격증, 공모전 입상, 프로젝트 참여, 봉사 활동 등의 기록을 많이 쌓아두면 좋다. 지방대생을 차별하지 않는 회사를 찾기 위해서는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 공기업은 필기 시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자에게는 취업하기 좋은 회사다. 따라서 공기업의 채용 계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인 체인점이 필요해 지방대생을 선호하는 금융.외식업.유통업체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커리어 다음 신길자 대리는 "한 대기업이 서울 본사와 지방 지사에 근무할 직원을 모집했는데 서울은 100대 1이 넘은 반면 지사는 10대1도 안 됐다"며 "지방 거주자인 경우 지역에 본사가 있는 회사에 지원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선배가 취업한 회사를 노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배에게 회사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리하고 그 선배의 평판이 좋다면 자연스럽게 면접 과정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일단 눈 높이를 낮춰 자신의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에 들어갔다가 한 단계씩 높여가는 계단식 취업도 좋은 전략이다. 대구에 있는 모 대학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최모(28.여)씨는 중소기업 영양사로 일하다 3년 후 경력을 인정받아 대기업 식품회사로 옮겼다. 최씨는 "실무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채용 추세를 생각하고 처음에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한화종합화학 박용범씨

이렇게 뚫었다

서울 장교동에 있는 한화종합화학 회계팀에 근무하는 박용범(32.사진) 대리는 동아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박씨가 대학을 졸업한 1999년만 해도 지방대 출신이 대기업에 합격하는 사례가 지금보다도 훨씬 드물었다.

박씨는 대학 시절부터 대기업 입사를 위한 '맞춤형 취업 전략'을 세웠다. 학력으로 경쟁할 수 없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는 것이 입사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씨는 아예 대기업 '회계팀' 입사를 목표로 세무 회계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관련 강좌를 집중적으로 수강했고, 졸업한 해에는 자격증(세무회계 1급)도 땄다. 하지만 박씨는 지원한 대기업 입사 시험에서 줄줄이 낙방했다. 박씨는 취업 재수를 하지 않고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세무회계 분야의 이론도 중요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체득하는 실무 경험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비록 규모는 작은 회사였지만 약 9개월간 일하며 그 회사의 자금 관련 실무를 모두 꿰뚫었다. 이듬해 이뤄진 한화 입사 면접에서 박씨는 "당장 한화 회계팀장을 맡겨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다. 며칠 후 그에게 합격 통지서가 날라 왔다. 박씨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려고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방대생들이 실무능력으로 무장해 도전하면 합격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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