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행진 ELW '과열'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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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달 1일 거래를 시작한 주식워런트증권(ELW)이 예상 밖 인기를 끌면서 과열 조짐마저 빚고 있다. 개장 후 5거래일만에 100% 이상 오른 종목이 속출하는 등 '대박'이 잇따르자 하루 평균 140억원씩 돈이 몰리는 등 거래도 크게 늘고 있다. ELW는 주식과 달리 하루 상하한폭이 없고, 기대 수익이 큰 만큼 원금을 날릴 가능성도 크다

◆ 고수익.고위험 상품=우리투자증권이 발행한 '우리5254현대차콜'은 7일 전일 대비 2.42% 오른 6360원에 마감했다. 1일 종가(2800원)와 비교하면 닷새만에 127.1%나 오른 것이다. 이 상품 외에도 현대차 관련 ELW들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중 현대차 주가는 13% 정도 올랐지만 ELW는 그 몇 배의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값이 내린 종목도 많다. '하나5117엘피엘콜'은 7일 종가가 1990원으로 1일 종가(2680원)에서 25.7% 내렸다.

우리투자증권 파생상품팀 김길환 과장은 "원금에 비해 훨씬 큰 수익.손실이 가능한 특성(레버리지 효과)이 ELW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투자하나=ELW 거래는 일반 주식거래와 방법이 비슷하지만 상한.하한가가 없어 가격 변화가 크고 만기가 정해져 있다는 점 등이 다르다.

손익을 계산하는 방법도 복잡하다. 예를 들어 대신증권이 발행한 '대신5007삼성전자콜' 워런트 1증권은 만기인 2006년5월3일에 주당 70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0.1주(전환 비율) 살 수 있다. 전환 비율이 10% 이므로 최소 10주를 사야 만기 때 삼성전자 보통주 1주와 교환할 수 있다. 발행가격이 2100원인 이 증권 10주(기본매매단위)를 2만1000원에 샀다면 만기 때 주가가 ELW 10주 구입가격(2만1000원)과 행사가격(70만원)을 더한 72만1000원이 넘어야 수익이 난다. 반대라면 원금을 까먹게 된다. 물론 만기 이전에 거래할 수 있으므로 쌀 때 사들여 비쌀 때 팔면 된다.

ELW의 또 다른 특징은 만기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 주식은 폭락하더라도 회사의 장래를 믿고 묻어둘 수 있지만 ELW는 만기가 지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만기가 가까울수록 가격 변동이 줄고 거래도 잘 안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액 투자하는 개인은 만기 전에 차익을 실현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 일부 자금으로 분산투자를=이처럼 ELW는 투기적 상품으로만 보이지만 잘 활용하면 직접 투자의 위험을 줄여주는(헷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A사 주식을 오래 보유해 목표 수익을 거뒀다고 가정하자. 요즘처럼 시황이 좋아 더 오를 것 같다면 A사 현물 주식을 팔아 수익을 챙긴 뒤 그 일부로 A사 주가와 연계된 ELW를 사 두면 된다. 주가가 더 오르면 현물 주식 보유에 버금가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떨어지면 ELW 사는 데 들인 돈(전체 투자 수익의 일부)만 잃게 된다.

현대증권 주인기 파생상품팀 과장은 "ELW 가격은 기초자산 주가 외에 행사가격.만기까지 남은 시간 등 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며 "자금을 ELW에 몰아넣는 것은 아주 위험하며 보조 투자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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