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이승만대통령<109>|프란체스카 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폐허로 변한 서울에 정부가 먼저 들어가 먹을 것·거처 마련한 뒤 피난민 귀향 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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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오11시4O분 대통령은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은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말을 하였다.
「민주진영과 공산진영 사이에 벌어지는 문제는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힘을 다해 기어이 중공과 북괴의 침략자들을 압록강 저편으로 몰아내야만 한다.

<50만 상비군 주장>
한국전란이 3차대전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경우엔 우리나라 밖의 타지역에서 싸우도록 해야 한다.
태평양동맹은 애당초 동남아시아의 반공국가들을 결속하여 공산당의 위협을 막자고 주창한 것이지만 지금같은 형편으로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아시아의 집단방위체제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앞으로 50만명의 상비병력을 보유해야하며 특히 일본의 재무장이 실현될 때는 한국은 일본과 동등한 무장을 해야한다.
전시내각체제는 전쟁수행과 함께 긴급한 나라일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처리하기 위해 당분간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국민이 자기가 원하는 국가지도자를 직접 뽑을 수 있도록 대통령직선제로 개헌을 하여 이북의 총선거가 실시된 다음에는 즉시 상하양원제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선제 헌법개정과 함께 남북통일을 성취하고 이 땅에 상하양원제가 실현되면 우리나라를 위해 자신이 구상해오던 일은 대강 끝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서울이 탈환되면 먼저 치안을 확보하여 필요한 식량과 연료를 반입시키고 그 밖의 식수 등 긴급한 것들이 준비될 때까지는 일반국민은 당분간 고생스러운대로 피난지에서 머물기를 바란다.
자기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한시가 바쁘겠지만 모든 구호품과 식량이 보내질 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며 모든 건물과 집들이 불타고 파괴되었으니 정부가 먼저 들어가 거처를 마련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후에 일반 피난민들은 서울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주미대사 후임문제를 질문한 기자에게 아직은 결정하지 못했다고 대답한 후 기자회견을 끝냈다.
회견이 끝나자 우리는 기자들에게 내가 끓인 비엔나코피를 대접했는데 대부분의 기자들은 설탕을 퍽 많이 넣는 것이었다.

<돈도 안통한 서울>
기자들이 돌아간 다음 빈 설탕그릇을 치우고있는 나에게 대통령은 웃으면서 『코피는 쓴맛 때문에 마신다고들 하지만 나도 우리 기자들처럼 단맛 때문에 마신다』고 말했다.
이기붕 서울시장이 와서 이미 고향을 향해 출발한 피난민들을 돕기 위해 구호반이 급파되어 기차와 배·트럭 등으로 구호물자를 평택으로 수송중이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서울시 사회국의 전문요원들이 서울부근에 가서 대기하며 서울로 돌아가는 피난민들을 도와줄 것이라고 이 시장은 말했다.
이 시장은 2월5일 서울에서 탈출하여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남하해온 시민을 직접 만나보고 서울의 비참한 실정을 자세히 들었다고 한다.
공산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령의 병자들만 남아있는 서울은 먹을 것을 돈으로 살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병든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공산군들은 계속 약탈만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시 구호대원들은 구호약품과 식량을 가지고 먼저 서울로 들어가서 아사직전의 시민들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자 대통령은 지금 당장 한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해낼 수 있는 비상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양성봉 경남지사와 부산시장이 정무보고차 왔는데 대통령은 구정때 치솟은 쌀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을 걱정했다.
양 지사는 태국에서 원조해온 백미 8만가마와 덴마크에서 유엔을 통해 보내온 구호품 설탕 5천부대가 부산항에 이미 입하되었으므로 쌀값이 곧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협회에 관심>
날씨관계로 비행할 수 없어 우리는 자동차사고를 당한 신 국방장관을 보러가지 못하였었는데 그는 다친 상처를 치료하면서 예정했던대로 전선을 돌아보고 싸우고 있는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홍보활동을 위해 변영태씨를 미국에 계속 체류시키며 봉급을 지급하도록 워싱턴으로 서한을 보냈다.
미국에서 의회와 국무성 및 미국사회의 한국에 대한 여론환기에 힘이 되어주고 한국을 도와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을 모아 한미협회를 조직하는 일이 대통령의 뜻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어 대통령은 여러모로 고심을 하고 있다.
2월10일.
오늘 우리는 관저에서 장면 국무총리를 위한 환영파티를 가졌다.
할 일이 하도 많아 도무지 일기를 쓸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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