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전 서울지국장 환대하는 아베 "고생 많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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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와 언론은 한국 정부의 출국금지 조치 해제로 14일 저녁 일본에 귀국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産經) 전 서울지국장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당장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15일 오전에 가토 전 지국장을 총리 관저로 불렀다. 면담 시간은 20분.

집무시간 중에 언론사 기자를 따로 만나는 것도 예외적인 일인데다 분 단위로 일정을 조정하는 총리 스케줄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일이다. 자신을 적극 지지하는 '여당지'의 심벌처럼 돼 있는 그를 따뜻하게 맞이함으로써 일 국내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지지(時事)통신과 가토 전 지국장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고생 많았다", "지난 8개월 동안 어떤 심경으로 지냈느냐" "재판이 계속될 테니 건강을 조심하라" 등의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가토는 "(일 정부가)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해 (기소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고 나를 격려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일본)로선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 언론들도 가토의 귀국을 대서특필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 시점에 출국금지 조치를 발표한 배경을 분석했다.

당사자인 산케이 신문은 15일자 1면 톱을 비롯 총 6개 면에 걸쳐 가토 관련 기사를 다뤘다. 대다수 TV방송사들도 가토가 하네다(羽田)공항에 도착하는 장면과 인터뷰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국 주도의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16일), 아베 총리의 방미(이달말) 등을 앞둔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미국 측에 보여주려는 한국 정부의 의중에 이번 조치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 측의 '배려'가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스가 장관은 "이번 조치로 위안부 문제 등의 대응을 바꿀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우리 기본 자세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일 언론들도 이번 조치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 일색일 뿐, 가토 전 지국장의 사실무근의 기사에 대해 반성, 비판하거나 한·일 관계의 개선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찾아볼 수 없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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