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새지도(79)전문경영인-한일합섬그룹(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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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2윌말 한일합섬으로서는 전에 없던 대폭 인사를 단행했다. 규모뿐아니라 오너 김중원사장이 겸직하고 있던 한효개발과 (주) 한효 등 2개계열기업의 사장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줬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79년이후 김한수회장으로부터 대권을 인수받은지 5년만의 「탈바꿈」이라는것이 주위의 평가다.
알려진대로 한일합섬그룹은 선대 김한수회장이후 「오로지 섬유」만으로 일관해온 기업이다. 재벌치고는 계열기업이 5개뿐이고 그나마 주력기업이라고 할수있는 한일합섬과 경남모직·동서석유화학 등이 모두 섬유 및 그 관련업종이 그 경영방침이나 인맥형성도 그만큼 보수적인 분위기다.
상무급이상 중역들의 평균연령이 50대로서 어느기업보다 높은편이고 이들 대부분이 선대회장시절의 초창기 멤버들이다.
「오너」 김중원사장(36)은 2세경영인으로서는 비교적 빨리 자리를 굳힌 케이스로 알려져있다. 70년에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경영수업을 쌓아왔던 만큼 그자신 「전문경영인의 일원」임을 자처한다.
주요정책결정은 월2회씩 열리는 사장단회의에서 결정되는데 단일업종인만큼 가벼운 분위기의 간담회형식으로 진행된다. 참석자는 김사장을 비롯해서 양탁식회장과 변철규·이창돈·윤석영·이재우 사장 등-. 선대중역들에 대한 예우로서 「오너」자리를 따로 두지않고 서로 마주앉는 좌석배치를 택하고있다.
주력기업인 한일합섬이 생산업체인만큼 중역들도 기술자출신이 많다. 특히 본사가 마산인데다 김해·수원·대구·서울(구로동) 등의 분공장이 각기 웬만한 독립기업규모여서 경영스타일도 현장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김사장 역시 한달에 절반이상을 서울사무실을 비우고 각공장을 직접 챙기러 다닌다. 실무총책은 전무급의 공장장들과 분야별 사업본부장들이며 대부분의 정책결정이 이들 손에 의해서 직접 이루어진다.
그룹전체의 총괄업무는 비서실이 맡고 있다. 원래 사장실이었던 조직을 작년 5월에 종합기획실로 확대개편했었으나 금년들어 다시 비서실로 명칭을 바꾸고 기능도 줄였다.
김사장이 어느 분공장보다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것은 산학협동의 본보기로 알려져있는 한일여자실업고등학교다.
74년 개교이후 1만4천명을 졸업시켰고 지금까지 여기에 투입한 돈이 60억원에 달한다. 분공장마다 설립된 이학교의 학생수는 최근 1만1천5백명. 입학금·육성회비·책값 등이 모두 회사에서 제공된다.
경영전략면에서 다소 달라진것이 있다면 그동안 모색해오던 레저산업진출의 일환으로 서울영동에 2백객실 규모의 「인터내셔널 호텔」을 금년안에 착공키로 한것.
또 창업20년동안의 셋방살이를 청산하고 구태화관자리에 17층빌딩의 사옥을 짓는다.
부동산임대업 및 관광업을 해온 한효개발 등에 별도 사장을 임명한것도 이같은 호텔 및 사옥신축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내 중역진중에서 김사장의 인척으로는 동생 중건씨(32)가 전무급으로 미국에 주재하면서 해외사업을 총괄하고있고 중광씨(29)가 본사 상무로 회계·재무분야를 담당하고있다.
그밖에 중건씨의 장인인 양택식 동서우유회장(전서울시장)이 김사장의 자문역할을 하고있으며 부국증권사장 이재우씨(11대국회의원)는 김사장의 매형이다. 이번에 한효개발사장으로 승진된 변철규씨는 김한수회장의 이종사촌동생이다.
김사장은 아직도 20평 남짓의 김한수회장실을 그대로 비워놓은채 회장자리를 고사하고 있다. 자신의 나이나 창업공신들과의 자연스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선대회장의 강한 개성이 여전히 살아움직이며 한일합섬을 꾸려 나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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