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2년 뒤 실시될 서울대 '통합 논술'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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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얘기가 아니다. 불과 2년 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평가를 받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학교 교육으로도 대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해선 불가능하다”란 평가도 나온다. 바로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고사 얘기다. 지난달 28일 서울대가 예시문항을 발표하자 상당수 대학이 “바람직한 논술 방향”이라고 맞장구쳤다. 그래서 ‘서울대만의 논술고사’로 그칠 것 같진 않다. 많은 대학이 서울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논술고사를 출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논술 전문가들은 서울대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 등을 보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홍순 유레카논술 대표강사는 “대학에서 제일 꺼리는 논술문이 내용 없이 유려한 글”이라고 지적했다. 글쓰기 솜씨만 기르려 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이들이 내놓은 장단기 처방을 정리했다.

◆ 발등의 불인 중 3과 고 1

주장.내용 없는 '유려한 글'은 역효과

▶ 김재인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논술 대표강사=기본기에 해당하는 ‘읽는 능력’(이해력)과 ‘생각하는 능력’(사고력)을 동시에 길러야 한다. 우선 어떤 종류의 글이든 깊게 읽어 이해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이제스트는 소용없으며, 짧은 글이라도 스스로 의미를 파악하려 애써야 한다. 요약 연습도 많은 도움이 된다.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모르는 어휘를 확인하는 작업도 필수다. 그 다음 기존 지식과 연결시켜 생각을 발전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쓰기를 할 때는 짧더라도 자기 생각에서 우러난 글을 써버릇해야 뒷심을 받을 수 있다.

▶ 안훈 서울과학고 교사=새롭고 독특한 자연계열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우선 교과에 대한 충실한 학습이 필요하다.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창의적 사고력이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교과 간 통합적 사고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수학·과학과 관련한 다양한 독서를 해야 한다. 다양한 문제 상황을 접하고, 관련 지식과 새로운 관점을 얻기 위해서다. 잡지·서적·인터넷 등을 활용하자. 마지막으로 일상 생활 등에서 의문점을 갖고 이를 해결하려 노력하며, 다른 사람과 토론하는 습관도 길러야 한다.

▶ 이석록 메가스터디 대치점 원장=지문에 고차원적 정보가 밀도있게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제시문을 정확히 독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학교시험에 서술형 평가가 도입됐다지만 여전히 객관식 문제에 주력하는 게 현실이다. 교과 학습 활동이나 수업시간에 주어지는 탐구 과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토론과 첨삭을 통해 답안을 다듬어라. 현실 상황에 적용해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적 쟁점은 논술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재료다. 스스로 입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 박홍순 유레카논술 대표강사=교과서 주제와 연관된 고전학습을 한다. 중 3은 사회성이 강한 동서양 고전문학, 고 1은 철학과 사회과학 고전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해능력을 키워야 한다. 3학년은 지망 대학에 맞는 실전마무리 기간이므로 1, 2학년 시기를 놓치면 내용 있게 대비하기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토론과 연계할 때 학생들이 자기 내용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분량의 완결적인 글쓰기 연습을 병행해야 한다.

◆ 그나마 여유있는 중 2 이하

요약.토론 습관화…첨삭 지도 필요

▶ 김재인=목록에 있는 책을 많이만 읽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휘력이 부족하면 책의 내용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어휘력 보강이 필수적이다. 모르는 어휘를 익힐 수 있도록 국어사전 보는 습관부터 지도하면 좋다. 글쓰기는 요약 연습부터 하는 것이 좋으며, 항상 첨삭 지도를 해줘야 한다. 나아가 글을 쓸 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움을 준다면 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질 것이다. 입시를 대비한다기보다 기본 소양을 길러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 안훈=우선 수학·과학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또 다양한 독서가 있어야 한다. 자연현상이나 일상, 학습 내용 등에 의문점을 갖고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걸리버 이야기』를 읽으며 12배 커진 사람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의문을 갖는 식이다. 의문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 보고서 형태로 결론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남과 토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수학의 경우엔 다양한 문제를 깊이있고 또 끈기있게 해결해보도록 노력하자. 그림을 그리면서 실마리를 찾고 모델링하고 일반화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 이석록=독서를 체계적으로 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고 토론을 통해 생각을 다듬어가야 한다. 독서를 통해 여러 관점을 정리하고 사고능력을 기를 수 있다. 토론을 통해선 사고를 전개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이때 교과서가 좋은 재료란 점을 명심하자. 교과서와 직접 연관된 책을 골라서 읽자. 교과서를 공부할 땐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물론 절충적인 교과서 논리에 매몰돼선 안 된다.

▶ 박홍순=초등학생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생이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이고 친근한 소재에서 출발하여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들이 좋다. 중등학생은 다양한 주제별 접근을 할 수 있는 책 읽기를 한다. 동서양 고전문학 중 쉽고 분량 부담이 적은 책이 좋다. 초등, 중등학생 글쓰기는 엄격한 논술문 형식보다는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감상문 방식이 바람직하다.

정리=고정애 기자

◆ '외국어가 술술'면은 이번 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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