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라톤 중흥 가능성 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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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분 16초를 단축하는데 꼭 10년이 걸렸다. 오랜 정체 의 굴레를 벗어나 이제 한국마라톤의 숙제는 2시간 10분대에 얼마나 빨리 따라붙느냐는 것. 이번 이홍렬·채홍락의 쾌거는 기록 자체의 의미만이 아니라 신인 선수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고 한국 마라톤 중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데 뜻이 있다.
현대 마라톤에서 2시간 14분대란 여전히 마라톤 후진국의 단계다. 그러나 각국의 실례를 보면 2시간 14∼15분대에서 2시간 12분대로의 진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2시간 15분대의 벽이 두터운 것이며 일단 이를 돌파한 한국 마라톤은 마라톤 선진의 초입인 2시간 12분대로의 접근이 멀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이홍렬이 이룩한 새로운 한국 신기록은 큰 뜻을 지닌다.
이홍렬은 10∼15km지점, 15∼20km지점, 20∼25km지점 및 30∼35km지점 등 4개의 5km래프타임을 16분 2초∼16분 25초로 달렸다. 재홍락도 마찬가지.
따라서 이 16분대의 5km래프타임을 모두 15분대로 이끌어 올리는 것이 과제다.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 괄목할 성장을 한 것은 작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뉴질랜드에서 세계적 지도자인 「리디아드」씨의 조력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
선수들은 능력을 극대화하는 훈련 방법과 레이스 운영의 과학적인 기초 지식을 터득, 종래 레이스 종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일거에 침몰하고 마는 병폐를 크게 고쳤다.
이날 이홍렬과 채홍락이 종반에 들어 스피드가 더욱 살아났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110km지점부터 25km지점까지 소강 상태를 유지해야만 했던 소극성과 불안감으로부터 탈피하고도 종반의 스피드업을 실현할 수 있는 체력의 축적이 앞으로의 대성 여부에 관건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이경환 대표팀 코치는 『이제 선수들이 완주에 대한 공포감으로부터는 완전히 벗어났다. 스피드를 어떻게 체력과 조화를 이뤄 안배하느냐 하는 고도의 기술적인 문제를 좀더 지혜롭게 연마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장익룡 육상연맹 회장은 최근 들어 차량 통제 등 대회 운영 질서를 확립한 것도 일역을 담당했다고 지적, 과거 무질서한 레이스 운영과 좋은 코스의 개발 외면이 오랫동안 기록 향상을 이룩하지 못한 이유의 하나였다고 분석했다.
장 회장은 LA 올림픽은 물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대표급 및 유망 우수 선수들을 계속 뉴질랜드 등에 파견하겠다고 방침을 밝히고 이번 대회에서 3∼5위가 2시간 18분대인 것을 비롯, 2시간 20분대 이내의 신인 유망주들이 속출하고 있는 밝은 현상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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