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소설 문단 기대되는 신예작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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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0년대 말 이문열·김성동·김원우등의 작가가 나타나고 80년대에 들어와 이인성이 등장한후 우리 소설문단은 뚜렷한 신인의 등장이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물론 이들 작가처럼 뚜렷한 위치를 가진 사람들이 없었던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80년대에도 신진작가의 활약은 있으며 그들은 차차 우리 문단의 새로운 작가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들의 활약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져야할 시점에 와있다고 말한다.
김윤식·김치수·권영민·최원식씨등 평론가들은 임철우·김향숙·양선규·조성기·현길언·최수철씨등 작가를 새로운 작가군으로 꼽았다.
김윤식씨는 문학사상 3월호에 『아버지의 당』을 발표한 임철우씨를 6·25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보고 있다. 또 그의 작품은 분위기를 잘 이루어가며 문장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6·25이야기를 많이 다루면서 화해보다는 거부의 모습을 비극적으로 드러내는 임씨는 주제나 문장등 여려측면에서 기대되는 작가로 평론가들의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임씨는 또 전나도의 향토성이 드러나는 작품도 쓰고 있다.
김치수씨는 여류작가 김향숙씨를 주목하고 있다. 무크지 「여성문학」에 『겨울의 빛』을 쓴 김씨의 작품에 대해 김치수씨는 『삶의 깊이를 획득한 작품전개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이야기는 사랑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 삶에 대한 인식이 깊이 담겨 있다는것이 금방 느껴진다는것. 김치수씨는 김씨가 무엇을 어떻게 쓰느냐에서 「무엇을」과 「어떻게」를 다 커버해낼 수 있는 여류작가로 보았다.
권영민씨는 지난해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은 양선규씨를 꼽았다. 권씨는 양선규씨의 작품이 작품의 구도·문체가 안정되어 신인답지 않는 역량을 보이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소재를 새롭게 발견하고 기법을 과감하게 혁신하는 신인으로서의 패기가 부족함을 지적하고있다. 『고비』등 작품을 낸 양씨는 얘기 속에 얘기를 담는 액자소설 형식의 작품을 쓰고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역사관을 드러내고 있다. 양씨는 역사의 공백을 소설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소설을 역사에 접근시키는 문학관을 가지고있다.
최원식씨는 현길언씨의 작품세계를 살피고 있다. 40대인 현씨는 80년 문단에 데뷔하였다. 나이로 보아서 신인이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작품활동으로는 신인이다.
현씨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고 있어 동향인 현기영씨와 비슷하다.
그러나 최원식씨는 현씨의 작품이 현기영씨와 또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으며, 작품들이 더 나와봐야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수 있을것으로 보고있다.
평론가들은 최수철씨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세대의 문학」(무크지)에 『공중 누각』등 작품을 쓴 최씨는 기존소설형식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소설형식에 대한 탐구를 하고있다.
소설문학에 『자유의 종』을 연재한 조성기씨도 주목을 받고있다. 그는 71년 신춘문예로 데뷔했으나 10여년 동안 작품을 쓰지 않다가 이번에 장편으로 나왔다. 70년대의 상황, 대학의 의식 등이 담긴 이 작품은 문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작가군에 대한 문단의 평가작업이 활발해지는것이 「침체돼있다」고 하는 우리소설문단을 활성화시키는 한 계기도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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