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태안군의회 이용희(67·여) 부의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무슨 말을 더 했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의장은 전날인 10일 본지 기자와 만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지역 인사들과 만나 이완구 총리를 원망하는 말을 했다”고 밝힌 인물이다. <중앙일보 4월 11일자 5면>
이기권(49)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변인은 12일 성 전 회장 빈소가 차려진 충남 서산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 총리가 11일 오전 이 부의장에게 12차례, 김진권(55) 태안군의원에게 3차례 전화해 ‘언론에 왜 그런 제보를 했느냐. 더 한 말은 없느냐”며 따져 물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 총리가 처음 전화한 시간은 11일 오전 6시40분이었다. 이어 이 총리는 휴대전화 2대로 이 부의장에게 번갈아 연락하며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계속 물었다. 이 의장이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했다”고 하자 “그러면 (성 전 회장과 얘기할 때) 또 누가 있었나”라고 이 총리가 질문했고, 이 의장은 “김진권 의원이 함께 있었다”고 답했다. 그 뒤 이 총리는 김 의원에게도 연락을 취했다고 이 전 대변인은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이 총리가) 신문 보도를 보고 평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에게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변인에 따르면 이 총리는 두 태안군 의원과 통화하던 중 이런 말도 했다. “JP·홍문표·김태흠 의원으로부터 성 전 회장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지만 먼저 총리가 시작한 사건이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성 전 회장에게도 이런 뜻을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이 전 대변인은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이다. 지난 8일 성 전 회장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할 때 이용희 부의장, 김진권 의원과 함께 배석했고 그 직후 40분 정도 얘기를 나눴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성 전 회장이 지역 인사들과 만나 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새누리당에서 청와대 쪽에 불구속 수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 같은데 청와대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청와대가) 검찰 쪽에 지시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완구 총리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총리실에서는 최민호 비서실장이 12일 이 총리를 대신해 성 전 회장의 빈소에 조문했다.
성 전 회장은 또 다른 여권 고위 인사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익명을 원한 여권 고위층은 12일 “성 전 회장이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한 뒤 오후 늦게 내게 전화를 걸어 왔다”며 “낙심 말고 법률적 대처를 잘하라는 조언에 성 전 회장은 ‘더 이상 희망이 없어요’라고 힘없이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성 전 회장이 ‘○○님, 고맙습니다’고 해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그때는 하소연을 잘 들어줘 고맙다는 취지로 이해했으나 자살한 뒤에야 의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해당 인사는 또 “성 전 회장이 ‘지금 나는 돈이 한 푼도 없어 변호사 비용도 동생들이 내주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서산=신진호·한영익·박병현 기자 hanyi@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