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모든 일을 인간관계로 풀 수 있다는 철학 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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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작성한 ‘성완종 리스트’가 10일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성 전 회장의 평소 스타일로 봤을 때 ‘제2의 성완종 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충청권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성 전 회장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집요하게 달라붙는 성격이었고, 세상사의 모든 일은 ‘인간관계’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이번 검찰 수사도 권력의 핵심 인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굳게 믿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구명 로비가 통하지 않자 심한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충청권 정치인들 사이에선 이 같은 그의 스타일 때문에 “성완종은 위험한 사람이니 조심하라”는 말까지 돌았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성 전 회장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할 것 없이 정권 실세들에겐 여기저기 다 줄을 대고 로비를 해 왔다”며 “만일 정치인 리스트가 있다면 전·현 정부 실세는 물론이고 여야 모두가 대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은 2009년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된 경남기업을 살리기 위해 중앙청과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팔았는데도 끝내 워크아웃이 되자 당시 핵심 실세의 이름을 들먹이며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를 이렇게 버리느냐. 가만히 있나 보자”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이명박계와 야권도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성 전 회장이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갈 때 친이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성 전 회장이 진짜로 돈을 줬다면 한쪽 캠프에만 줬겠느냐”고도 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았다. 2004년 자민련에 불법 정치자금 16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2005년 5월 첫 번째 사면을 받았다. 2007년 11월에는 행담도 개발 비리사건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한 달여 뒤 두 번째 사면을 받았다. 특히 두 번째 특별사면을 받을 당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사면 대상에 포함돼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이날 국회 주변엔 “성 전 회장이 사석에선 ‘야당의 거물급 정치인들도 두루 챙겼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야당도 완전한 안전지대일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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