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리비아 한국대사관 공격 … 현지인 경비원 2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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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 대사관. 12일 이슬람국가(IS)로 추정되는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중앙포토]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 대사관이 12일(현지시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IS관련 조직이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2일 새벽 1시20분 차량 한 대가 한국 대사관 청사에 접근해 기관총 40여 발을 발사하고 도주했다”며 “이 공격으로 대사관 건물 앞 경비초소에 근무하던 리비아 내무부 소속 외교단 경찰관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총격 당시 우리 공관원 3명은 대사관 별채에서 잠을 자고 있어 피해를 입지 않았다. IS 트리폴리 지부는 사건 발생 2시간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리폴리의 ‘준드 알킬라파(알킬라파의 군대)가 한국 대사관 경비 2명을 제거했다”고 공표했다. 신화통신도 이번 사건을 IS의 소행이라고 보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가해차량은 총기를 난사한 뒤 건물 내부로 돌파하려는 시도 등은 하지 않았다”며 “대사관의 경비가 리비아 내무부 소속 경찰이니, 표적이 그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간 공관에 대한 협박이나 위협 등은 전혀 없었지만 급박한 상황이 터진 만큼 교민들에게 다시 철수를 권고하는 한편 대사관을 임시 이전하는 방법 등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이슬람 민병대 ‘리비아의 새벽(Libyan Dawn)’이 트리폴리를 장악한 이후 8월 청해부대 소속 문무대왕함을 통해 리비아에 있던 한국인 대부분을 제 3국으로 탈출시켰다. 대사관도 인근 튀니지 튀니스로 공관원 일부를 임시 철수시켰으며, 리비아에 남아 있는 교민 40여 명을 보호하기 위해 현재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이 튀니스와 트리폴리를 오가며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정부는 사건 직후 리비아 측에 경비강화를 요청해 20여 명의 특수요원이 대사관에 추가 배치됐다. 현지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이후 이슬람 민병대와 세속주의 세력 간의 내전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리비아 정부는 지난해 민병대의 공격 이후 수도 트리폴리를 포기하고 동부 토브루크로 피신했다. 현재 트리폴리는 민병대가 통제하고 있지만 치안이 불완전해 각종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민병대가 트리폴리를 장악한 후 예상외로 안전한 상황이 지속되다 몇 달 전부터 IS가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격을 자행했다고 밝힌 IS 트리폴리 지부는 지난 1월 트리폴리 시내 코린시아 호텔을 공격해 10명을 살해했고, 지난 2월에도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리폴리 주재 이란(2월)·이집트(지난해 11월)·아랍에미리트(지난해 11월) 대사관도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았다. 현재 리비아에 공관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북한을 포함해 18개국이다. 트리폴리에서는 지난해 1월 리비아 주재 한석우 코트라 무역관장이 납치됐다 사흘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유지혜·정원엽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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