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점막이 '病 보호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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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당신의 점막(粘膜)은 튼튼합니까.'

점막이란 위장과 대장, 기관지 등 몸 속 튜브 모양 구조물의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한 겹의 얇은 층이다. 위장의 경우 음식물과, 기관지의 경우 공기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딱딱하게 각질화된 피부와 달리 점막세포는 살아 있는 세포로 구성되며 항상 점액을 분비하므로 촉촉하다.

점막은 단순히 인체의 장기(臟器)를 둘러싸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음식물의 흡수와 효소 분비 등 생명 활동에 긴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점막이 중요한 이유는 가벼운 감기에서 심각한 암까지 대부분의 질환이 다름 아닌 점막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감기의 경우 감기 바이러스가 기관지와 후두 등 호흡기 점막을 통해 침투한다. 감기에 걸리면 호흡기 점막이 발갛게 붓고 아픈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암도 마찬가지다. 음식물에 섞인 발암물질이 가장 먼저 접촉하는 부위가 바로 위장의 점막이기 때문이다.

위장은 주로 근육으로 구성되지만 근육에서 암이 생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위암은 점막에서 발생한다. 점막이 튼튼해야 감기와 암 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점막은 괴롭다. 환경공해로 음식과 공기를 통해 유해물질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점막은 생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끊임없이 탈락과 재생을 반복한다.

유해물질 등으로 손상된 점막은 죽고 새로운 점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점막에 만성적인 염증이 남게되면 재생과정에서 불량품이 만들어지며 이것이 바로 암이 된다.

그렇다면 점막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론 무엇이 있을까.

첫째, 물이든 공기든 뜨거운 것을 피해야 한다. 36도인 사람의 체온 이상으로 뜨거운 물질은 점막에 열 손상을 남기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식도암이다. 뜨거운 녹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에게 식도암은 흔하다. 뜨거운 녹차가 가장 먼저 접촉하는 부위가 식도이기 때문이다.

감기나 치주염, 비염 등 구강 점막이나 콧속 점막, 기관지 점막의 질환엔 차가운 공기가 좋다. 차가운 공기는 이들 점막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분의 공급이다. 원활한 기능 수행을 위해 점막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물이다.

위장 점막은 끼니마다 5백~7백㏄란 많은 양의 위산을 만들어내야 하며 호흡기 점막은 하루 5백㏄의 수분을 날숨을 통해 배출해야 한다. 문제는 현대인이 바쁜 일과에 쫓긴 나머지 대부분 갈증을 느껴야 물을 찾는다는 것.

맹물보다 술과 커피 등 알코올과 카페인 음료를 즐겨마시는 것도 현대인의 탈수를 조장한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자주 마셔 점막을 평소 촉촉하게 적셔주는 것이 점막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셋째, 점막 생성과 유지에 도움을 주는 영양성분의 섭취다. 입안이 헐거나 위장에 염증이나 궤양이 잘 생기는 등 점막이 약한 사람은 초유(初乳)가 도움이 된다.

초유란 분만후 48시간 이내의 소에서 짜낸 우유를 말한다. 초유에는 점막 생성을 촉진하는 성장인자와 점막의 원료물질인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현재 hGF 등 10여종의 초유 제품이 알약 형태의 건강보조식품으로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초유를 스스로 알아서 복용할 경우 남.오용의 우려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식단 분석과 증상 상담 등 의사의 진찰을 거쳐 자신에게 적절한 종류와 용량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셀레늄과 칼슘 등 미량원소와 비타민 C 및 E도 점막의 저항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성분은 시판 중인 종합비타민제와 영양제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음식으론 버터가 추천된다. 버터 속엔 장 점막의 재생을 도와주는 부티릭산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분당재생병원 내과 백현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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