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제도의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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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년전부터 일본의 언론이나 출판에서 「무역마찰」또는 「경제전쟁」이라는 말을 많이 써 왔다.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은 통상입국의 대표적인 나라의 하나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이 나라가 패전의 참화를 딛고 60년대의 성장기를 거쳐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70년대엔 구미의 선진 전승국들을 압도하고 그들의 국내외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일본의 경제내습에 저항하여 구미국가들이 보호주의정책으로 나오자 이 현상을 전쟁 또는 분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전쟁이란 말이 이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게 된듯하다.
미국이 우리의 컬러TV에 덤핑판정을 내려 수출에 제동을 걸었고 급기야는 우리정부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매사절단』을 미국에 보내 24억달러어치의 구입상담을 벌여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대미 경제분규 과정에서 우리가 느낀 것은 경제외교를 한층 강화해야 하겠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경제외교를 등한히 해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판매측면의 외교 뿐만 아니라 상대국과의 경제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폭넓은 외교활동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로비활동을 제도화하여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로비이스트가 정식으로 등록하거나 회사를 차려 어떤 목적을 위해 의회나 정부와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하나의 정치제도로 정착돼 있다.
유능한 전직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이 같은 로비제도의 중심세력이 되어 각 이익단체나 외국정부로부터 보수를 받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그리고 대만 정부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여 국가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일본이 미국에서 쓰는 연간 로비활동 비용은 81년의 경우 1천3백만달러나 됐다.
그러나 우리의 대미로비는 아직도 백지 상태에 있다. 이런 부진현상은 70년대에 겪은 박동선사건의 후유증이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현실은 대외로비활동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미국의 국내법 절차를 존중하여 합법적이고 정정당당한 로비제도를 도입하면 경제분규는 상당한 수준으로 회피 또는 모면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의 경우 첨단기술 상품을 제외한 과거형 산업분야엔 그다지 인색하거나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외교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진출할 여지는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경제외교를 위해서는 분쟁이 예상되는 상대국에는 보다 노련하고 활동력 있는 직업외교관을 주재시키는 문제도 고려해볼만 하다.
경제와 외교분야에 오랜 경험과지식을 가진 외교관의 파견에다 현지 로비제도를 결부시키는 문제를 과감하게 실행해야 할 단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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