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고수에게 듣는다] 확실한 투자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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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의심하지 않는 부분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중국 시장 상승. 후강통으로 시작된 주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걸로 보고 있다. 또 하나는 달러화 자산 강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달러 강세와 주가 상승이 동시에 이뤄져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이 다른 어떤 통화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걸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생각 중 의심할 만한 부분은 없을까? 우선 중국 주식시장은 과거 경험이 좋지 않다. 2007년 차이나펀드가 유행한 후 주가가 급락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1500 수준에 머물던 상하이종합지수가 2005년 6월부터 상승을 시작해 1년 반 만에 6000까지 올랐다. 상승 논리는 단순했다. ‘20년 넘게 두 자리 수 경제 성장을 이룩한 나라’ ‘향후 10년 내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반분할 나라’의 주가가 좀 올랐다 해서 문제될 게 있느냐는 거였다.

장기 전망이 워낙 좋기 때문에 언제 주식을 사더라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2007년 말 버블 붕괴가 시작되고 1년도 안 돼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까지 60% 넘게 떨어졌다. 당시 차이나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 가운데는 아직까지 매입가를 회복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타격이 컸다.

이번 중국 주가 상승은 후강통이라는 증시 개방 정책에 의해 촉발됐다. 해당 조치가 한번에 끝나지 않고 홍콩, 선전 시장까지 확산할 계획이어서 주가 상승도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효과다. 후강통이 기대했던 만큼 위력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련 유입 규모가 일 평균 30억 위안 정도로 투자한도액의 30%에 미치지 못하고 투자 종목 역시 고배당주 등 몇몇 테마에 집중되고 있다. 효과가 중국 시장 전체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증시 개방 관련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런 한계에도 주가가 오르는 건 중국 시장이 너무 오랜 시간 다른 시장과 다른 모습을 계속해 온 때문이다. 지난 4년 새 많은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중국시장은 2000을 중심으로 옆 걸음만 계속해 왔다. 6000에서 형성됐던 버블은 이미 다 사라졌고 이제는 반대로 중국 시장이 저평가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런 오랜 눌림이란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후강통을 계기로 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었다.

중국 시장이 오르는 이유가 선진국과 중국의 주가 차이에 있는 만큼 상하이지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상승이 약해질 수 있다. 중국은 투기성이 강한 시장이다. 주가 상승을 무조건 좇아가기보다 2007년과 같이 주가가 갑자기 돌변할 가능성은 없는지 점검해 보는 게 필요하다. 이미 상하이종합지수도 바닥에서 배 가까이 올라 저가 메리트가 사라진 상태다.

달러화 자산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올해 중반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할 게 분명하므로 달러가 다시 강세로 바뀔 수 있다. 이럴 경우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주식과 채권 같은 달러화 자산이 가장 안전한 투자 상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0.25%까지 내리고 80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에 휘말린 지도 2년이 넘었다. 과연 달러화가 이런 전망을 반영하지 않고 있을까? 그래서 금리를 조정하고 나면 갑자기 달러화가 강세로 바뀔까?

이미 달러는 미국 경제가 좋아진 부분, 그리고 향후 몇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부분까지 다 반영하고 있다. 절상률을 보면 알 수 있다. 1995~98년 사이 미국 경제는 저물가와 고성장을 동시에 누리는 호황기를 맞았다. 60년대 이후 경제가 가장 좋은 상황으로 39분기 동안 성장률이 평균 3.6%에 달할 정도였다. 당시 3년 동안 달러 절상률이 30.1%였다.

2014년 7월을 기점으로 달러가 강세로 전환된 후 지난 8개월간 20% 가까운 절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간을 좀 더 넓혀 2012년 9월을 시작점으로 하면 절상률이 30.1%로 높아진다. 이미 달러 강세 요인의 상당 부분이 시장에 흡수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후 달러 강세가 나타날 거란 전망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것 같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달러가 강세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던 예가 있다. 1994~95년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경제는 90년대 초 두 번의 저점을 찍고 93년에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준은 9.5%였던 기준 금리를 3%까지 내린 후 17개월 동안 3%를 유지했다.

달러 환율은 기준 금리를 최저로 내린 94년 1월에 최고를 기록한 후,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10% 넘게 절하가 됐다. 기준금리와 환율이 시장의 생각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000~2001년 사이에는 기준금리를 6.5%에서 1.75%까지 내리는 동안 달러가 14.3% 절상됐다.

미국의 기준 금리와 환율 사이에 예상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들이 미리 예측해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번은 시장의 기대와 다른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다른 어느 때보다 높다. 오랜 시간 저금리가 계속돼 투자자들이 사전에 반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확실한 건 없다. 지금 투자자들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실제 상황이 되면 다른 형태를 보일 수 있다. 항상 의심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작업을 통해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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