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광소곡|한 인기가수의 극비 결혼을 보고…강유일(소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3월이 되면 저 덴마크의 고독한 천재 「키에르케고르」의 방백이 생각난다. 그는 인간의 정신적진보의 3단계는 미적단계와 도덕적단계, 그리고 종교적 단계로 상승된다고 선언한다.
2월내내 우리는 한 젊은 가수의 결혼풍문에 시달려왔다. 지난 몇해동안 구차한 이유로 결혼을 연기했던 그가 올2월에 대중을 향해 정식으로 결혼발표를 했고, 이 발표는다시 1년의 결혼연기, 신부측의 강경한 결혼신고, 다시금 절에서의 극비결혼식이라는 올봄 최초의 졸속한 결혼촌극을 낳았던 것이다.
풍문이란 이상해서 전혀 자기의지없이도 인간으로하여금 그 사건속에 최면당하게하는 묘한 전염성을 지니고있다.
물론 한 젊은가수의 이결혼촌극은 전적으로 그개인의 사건이며 그의 정신적성숙도를 짐작하게하는 우울한 반증이다.
그의 음성은 그를 인기의 절정에 올려놓을만큼 아름다왔으나 그의 영혼은 슬프도록 도덕적 향기를 잃고 있었던 것이다.
「키에르케고르」적 진단에 의하면 대중의 우상이었던 그는 결국 영혼에 관한한 가장 낮은 대지인 미적단계의 미숙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결혼촌극은 결코 그혼자만이 만들어낸 애가는 아니라는데 이 봄의 우수가 있다. 그것은 결혼의 경건을 부인하고 결혼을 번번이 행복이나 소유를 얻기위한 수단으로 남용해온 우리모두가 피고의 얼굴을 하고 있기때문이다.
결혼도 이젠 인간의 이기에 의해 평가절하된 산물중 하나이다. 결혼은 이제 결코 신성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으며 심장판막을 뒤흔들만큼 그윽하지도 않은것이다.
결혼은 이제 하나의 거래이며 흥정이며 도박으로 전락해버렸다.
결혼적령기의 여자들이 지참금의 저울에 달려올라가고 아직도 신생아처럼 성실한 심장을 지닌 결혼적령기의 남자들이 학벌과 자격증에 의해 번호가 매겨진채 거리의 중매인들에 의해 공공연히 매매될만큼 결혼은 이제 타락한 풍류아의 음성을 지닌채 사나운 풍습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결혼이란 해보면 그런대로 괜찮다는식의 「평균적 선」은 아니다.
결혼은 또한 성숙한 인간들의 성숙을 처리하는 증발접시같은 것은 더욱 아니다. 결혼은 안주도 아니며 맹목적 행복은 더욱 아닌 것이다.
결혼은 두 남녀가 세상을 향해 「등불」을 드는 것이다.
등불의 이름은 사랑이다. 사랑이외의 그 어떤 조건도 진정한 결혼을 차단한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기위해 결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혼은 생의 어둠에 저항하기 위한 예식이다.
만일 결혼이 오직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신은 우리에게 결혼을 위해 구태여 사랑이란 이름의 등불을 준비하라고 명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혼은 인생중에 다가오는 고통의 터널을 함께 건너기위해 등불을 켜는 장엄한 신앙이다. 고통이나 절망은 생의 본질이며 아무도 이 본질을포기할 권리는 없다.
결혼이 단순한 세속적 풍습이 아니라 구원의 얼굴을 하고 있는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혼은 곧 구원이며 신앙이다.
결혼의 신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결혼은 영원히 신성하다. 다만 인간만이 결혼곁에서 악취서 풍기며 무너져가고있을 뿐이다.
봄이다. 신열이 오르도록 황홀한 봄날의 정오다. 그러나 이 봄도 「DH·로런스」는 이렇게 흐느낀다.
「인류는 근원부터 출혈하고 있다. 아, 딱한 사랑의 꽃이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