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내년 봄 선발할 한국 첫 우주인 … 어떤 경제적 효과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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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틴틴 여러분. 우리나라에도 곧 우주인이 생기게 됐어요. 이달부터 신청자를 받아 과학 지식, 건강 검사 등을 거쳐 다음해 3월까지 최종 후보 두 명을 뽑아 러시아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게 한대요. 1년쯤 훈련한 뒤 그중 한 사람이 2007년 4월께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지상 350㎞ 높이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일주일쯤 머무르며 여러 가지 과학 실험을 하고 돌아올 거래요.

이렇게 우주인 한 명을 만드는 데는 만만찮은 돈이 들어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데 260억원쯤 들 거래요. 이 중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오가는 데 드는, 그러니까 '우주선 차비'입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들어가는 돈은 우주인을 1년간 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에요. 이걸 얼마나 줘야 할지 러시아 쪽과 협상 중이에요. 그간 러시아는 미국의 부호 데니스 티토 등을 우주정거장으로 데려갔다가 내려오는 데 200억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큰돈을 들여 우주인을 만들려는 걸까요.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엄청난 경제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우주인들은 우주에서 별만 보는 게 아니에요. 아까 우리 우주인도 우주정거장에서 각종 과학 실험을 하다가 내려올 거라 했죠? 대부분의 우주인은 이렇게 우주 공간에서 과학 실험을 해요. 편한 땅 위에서 하지 않고 왜 비싼 돈을 들여 허공에서 실험을 하느냐고요? 우주는 환경이 달라 지상에서는 할 수 없는 실험을 할 수 있고, 또 지상에서 볼 수 없는 결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주가 지상과 다른 특징은 중력이 없다는 점이지요. 거의 진공에 가까워요. 물론 우주인이 머무르는 공간에는 공기를 채워 넣지만, 그 바깥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진공이나 다름없어요. 이런 진공에서는 불순물이 전혀 없는 반도체를 만드는 게 가능해요. 사진을 보면 반도체 공장 사람들은 하얀 옷, 하얀 두건에 마스크.안경까지 쓰고 있잖아요? 혹시라도 사람 몸에서 불순물이 떨어져 나와 반도체에 들어갈까 봐 그러는 거예요. 반도체는 그렇게 불순물이 없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반도체 칩이 정확하고 빠르게 동작해요. 하지만 지상에서는 불순물을 없애는 데 한계가 있지요. 반면 우주는 달라요. 아예 아무것도 없는 진공이어서 불순물이 없는 반도체를 만드는 게 가능해요. 이런 '100% 순수한 반도체'는 과학자들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성질을 가질 수도 있어요. 누가 아나요. 그런 반도체가 지금의 반도체 칩이 가져온 것보다 더 큰 '반도체 혁명'을 일으킬지. 우주 공간 같은 무중력 상태에서는 지상에서는 불가능한 신물질도 만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납과 알루미늄을 녹여 섞어 합금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녹은 상태에서도 납이 알루미늄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자꾸 납이 가라앉으려 해서 아무리 휘저어 줘도 골고루 섞이지 않아요. 하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무게가 없으니 둘이 골고루 섞이죠. 이걸 굳히면 지상에서는 만들 수 없는 새로운 합금이 탄생하게 돼요. 이런 식으로 우주 공간에서 과학 실험을 해 인류에 유용한 신물질을 찾아내면 그걸로 수천억원 이상의 돈을 벌 수도 있어요.

그러니 우주인에게 260억원쯤 들이는 게 그리 아깝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더구나 그 돈을 정부가 다 대는 것도 아니에요. 60억원 정도만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간 기업에서 모을 예정이에요.

물론 기업들에 억지로 돈을 내라고 하는 건 아니지요. 우주인이 사용할 물건을 줄 자격을 몇몇 기업에만 주고 대신 돈을 받는 식이에요. 우리나라 우주인이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하루에 두세 차례씩 TV와 인터넷을 통해 방송될 거예요. 그때 예를 들어 우주인이 ○○과자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면, 그 과자 업체는 대단한 광고 효과를 얻게 되는 셈이지요. 또 기업들은 우주인이 자신들의 물품을 쓰는 모습으로 광고물을 만들 권리도 얻게 돼요. 이런 이점이 있으니 기업들은 앞다퉈 우주인 계획에 돈을 대려 할 거예요.

우리보다 앞서 2003년 우주인을 탄생시킨 중국의 예를 보면, 올 10월 우주인을 보낼 때 13개 기업이 약 375억원을 후원했대요. 효과도 짭짤해 우유 업체 멍뉴(蒙牛)유업공사는 우주인이 마실 우유를 대 준 뒤 우유가 잘 팔려 판매액 1위가 됐다고 하네요.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생각해 보면 우주인을 만드는 게 좀 늦은 감도 있어요. 미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페루.코스타리카 등 이미 34개국이 우주인을 배출했어요. 우주인을 탄생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 다음에 꼭 가야 할 길이 있어요. 바로 우주선을 만드는 일이죠. "우주인을 만드는 데는 260억원이 드는데 우주선은 훨씬 더 돈이 들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우주인 양성 비용 260억원에는 한번 타고 갔다 와서 버리는 우주선 사용료가 들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 우리가 우주선을 직접 만드는 게 오히려 더 이득일 수 있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우주선은 첨단 기술의 상징이에요. 그래서 어느 나라가 우주선을 쐈다고 하면 전 세계가 그 나라의 기술력을 인정하게 돼요. 중국이 올 10월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6호를 발사하자 바로 뒤이어 국제적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려놓기도 했어요. 이렇게 되면 나라가 돈을 꿔 올 때 이자를 덜 줘도 되는 등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생기지요. 중국 정부는 "우주선의 효과가 올림픽 유치보다 높다"고 평하고 있어요. 우리가 직접 만든 우주선을 쏘아 올릴 날은 언제일까요. 틴틴 여러분이 어른이 되기 전에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권혁주 기자

<우주인 선발 및 활동 계획>

▶2005년 12월 중순~12월 말:희망자 온라인 접수(www.kari.re.kr) 및 서류심사, 300명 선발

▶~2006년 1월:체력 검사

▶~2월:정밀 신체검사

▶~3월:공군 훈련기 탑승 등 우주 적성 심층 검사, 최종 2인 선발

▶2006년 4월~2007년 3월: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 등지에서 훈련

▶2007년 4월: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주일간 머물며 과학 실험 뒤 러시아로 귀환

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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